세 지붕 아래 있던 선수들이 하나의 유니폼을 입고 만난다. 2015 시즌 SK텔레콤 T1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마린' 장경환과 재계약을 이어간 SK텔레콤 '페이커' 이상혁, KT 롤스터의 '스코어' 고동빈, 타이거즈의 '프레이' 김종인과 CJ 엔투스의 '매드라이프' 홍민기 이야기다. 상상만 했던 이들 조합이 올스타라는 이름으로 뭉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케미'라는 신조어가 있다. 케미스트리에서 따온 말로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을 일컫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한 팀의 케미가 더없이 중요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된 이번 올스타전 한국대표의 케미는 어떨까. 낯선 정글러와 호흡을 맞출 톱과 미드 라이너. 새로운 조합의 바텀 듀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애용하는 챔피언과 성향을 분석해 '케미 점수'를 매겨봤다.
챔피언 상성에선 말파이트와 야스오 조합처럼 서로 스킬 연계가 뛰어난 챔피언이나 원거리 딜러 챔피언과 그에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는 룰루같은 챔피언들을 ‘100점’의 기준으로 삼았다. 선수 성향 또한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연계나 지원에 초점을 맞춰 점수를 책정했다.
◆'마린'-'스코어' 80점, 교전에서 호흡 발휘!
'마린' 장경환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환상적인 피오라 플레이로 '마오라'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전부터 마오카이와 럼블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다. 마오카이가 하향되기 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스프링과 서머에서 27번 사용해 96.3%의 승률을 기록했다.
럼블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장경환은 솔로 랭크에서도 럼블을 가장 많이 사용했을 정도로 장인으로 유명했다. 롤드컵 4강부턴 럼블을 적극 기용해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장경환은 마오카이나 럼블처럼 교전에서 높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챔피언들을 선호했고, 잘 다뤄왔다.
'스코어' 고동빈도 교전 상황에 용이한 챔피언들을 주로 사용했다. 가장 사용 횟수와 승률이 높은 챔피언은 렉사이였다. 렉사이는 W스킬 '돌출/매복'을 활용해 적에게 광역 에어본 효과를 줌으로써 교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롤드컵에서는 그라가스를 주력으로 쓰면서 고동빈을 대표로 하는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E스킬 '몸통박치기'를 통한 기절 효과와 궁극기 '술통 폭발'로 적 진영을 무너뜨리는 플레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13번 사용했던 자르반 4세도 교전에서의 궁극기 영향력이 높다.
두 선수 모두 교전에서 뛰어난 케미를 보일 확률이 높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호흡이다. 한 번의 실수로 그라가스의 '술통 폭발'이 럼블의 궁극기 '이퀄라이저'에 들어간 적들을 방생한다면 교전의 행방이 모호해질 것이다. 스킬 연계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페이커'-'스코어' 80점, 호기심 많은 아들과 든든한 아빠?
'페이커' 이상혁은 호기심 많은 아들과 같다. 공식전에서 특이한 챔피언을 플레이하며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용자들에게 '솔로 랭크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상혁은 롤챔스 스프링부터 롤드컵까지 68경기에서 22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미드 리븐의 창시자도 이상혁이었다. 더구나 이상혁은 롤챔스 서머에선 이렐리아와 마스터 이를 꺼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올시즌 롤드컵에서도 올라프라는 특이한 챔피언을 사용해 좋은 활약을 보였다. 정규 리그에서도 발휘됐던 이상혁의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올스타전에선 얼마나 왕성해질까. 이런 호기심과 변수를 잠재워줄 존재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고동빈이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동빈은 실험적인 챔피언보다는 정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챔피언을 주로 사용했다. 현재 정글 3대장으로 평가받는 렉사이, 엘리스, 그라가스에 대한 활용도도 높다. 롤드컵에선 이 3개의 챔피언만을 사용했고, 특히 그라가스 플레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최그(세계 최고 그라가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고동빈은 이상혁이 실험적인 챔피언 선택으로 만들어내는 변수를 안정적으로 풀어가며 경기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아빠같은 이들의 케미에 꽤나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매드라이프' 90점, 당기고 추격하기
홍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랩'이다. 홍민기는 올해 블리츠 크랭크를 한 차례 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끌어당기는 챔피언들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가장 많이 사용한 쓰레쉬 또한 Q스킬 '사형 선고'가 있고, 노틸러스도 Q스킬 '닻줄 견인'으로 적을 당겨 기절 효과를 줄 수 있다. 두 챔피언으로 높은 승률까지 기록했으니 올스타전에서 등장할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그랩류 서포터에는 즉각적인 호응을 할 수 있거나 도주하는 적을 추격할 수 있는 챔피언들이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프레이' 김종인의 챔피언 폭과 들어맞는다.
김종인은 롤챔스에서 코르키, 시비르, 코그모를 많이 사용했다. 루시안 또한 11회 선택했다. 코그모를 제외한 챔피언들이 모두 추격에 용이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적과의 거리를 좁혀 추가적인 공격을 가하는 데 용이하다. 코르키는 W스킬 '발키리'가 있고, 시비르는 궁극기 '사냥 개시', 루시안은 E스킬 '끈질긴 추격'이 있다.
롤드컵에서 사용한 원거리 딜러 챔피언 또한 그랩류 서포터와 케미가 좋다. 그랩된 적에 애쉬의 궁극기 '수정 화살'을 적중시키면 추가적인 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칼리스타의 궁극기 '운명의 부름'으로 서포터를 던져 교전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징크스의 덫 또한 활용도가 높다.
더군다나 홍민기와 김종인은 2013시즌 올스타전 스킬 컴피디션 하단 듀오 부문에서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과 '엑스페셜'알렉스 추 듀오를 꺾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챔피언 폭에 올스타전에서의 입증된 호흡까지 두 선수의 케미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