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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의 영웅담] e스포츠 팬에게 묻고, 팬에게 듣다…오버워치-PUBG 편

[이윤지의 영웅담] e스포츠 팬에게 묻고, 팬에게 듣다…오버워치-PUBG 편
문득 '일방향 소통'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습니다. 게임단과 선수,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기자 역할의 전부는 아니리란 생각도요. 인터뷰 대상자를 폭 넓게 고려했고 e스포츠 업계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할 말이 가장 많은 사람들인 팬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종목별로 분류한 인터뷰는 총 세 꼭지이며, 시작은 오버워치-PUBG 편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인 만큼, 신변 보호를 위해 외모 노출을 피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편집자주>

'팬'은 지지대이며 버팀목이다. e스포츠가 존재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힘은 팬들의 애정에서 나온다. 순수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팬들의 쓴소리가 e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기획으로 인터뷰를 준비했고, 적극성이 중요한 만큼 SNS를 통해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했다. 꽤 많은 팬들이 응답했을 땐, '역시 모두가 할 말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기획 의도 이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가장 먼저 오버워치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하는 3인의 팬과 마주했다. 그리고 오버워치 에이펙스의 폐막부터 오버워치 리그와 컨텐더스의 상하구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해 가식없이 대화했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였다.

팬덤 전체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인터뷰는 아니다. 3명의 사견일 뿐, 누군가는 동의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그저 이 인터뷰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Q 안녕하세요. 먼저 e스포츠 팬이 된 계기부터 얘기를 나눠볼까요?
A 강희주=고3 때 오버워치를 시작했고, 월드컵을 시청하면서 팬이 됐어요. 당시 고3들끼리는 '재수워치'라는 말이 돌 정도로 인기가 좋았거든요. 그 말을 그대로 이행해서 재수했는데, 그 동안 오버워치와 함께 더 불타올랐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고요.
A 김현지=오버워치가 출시 됐을 때부터 게임을 즐겼어요. 그러다 월드컵을 보고 프로 선수 플레이에 관심이 생겼죠. 조금씩 보던 것이 일이 커졌어요. 같이 게임도 하고 직관도 다닐 사람을 구하려고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100명 넘게 가입했어요.
A 홍수경=휴가 나온 군인 친구가 '오버워치가 인기인데 자기만 못 해봤다'고, 같이 하러 가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게임하고 술 마시고, 게임하고 마시고를 반복했어요. 맥크리를 잘 하고 싶어서 BJ 리그도 보고, 맥크리 강의도 봤거든요. BJ 리그는 직관하기도 했고요. 그 때까지만 해도 BJ 리그가 직관의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작이었죠.

Q 오버워치 에이펙스가 오버워치 e스포츠의 인기를 확 끌어올렸잖아요. 리그가 폐막했을 때는 상심이 컸을 것 같아요.
A 희주=사실 에이펙스가 사라진 이후로 오버워치에서 손을 뗐어요. 리그의 재미, 선수들과 나눈 추억이 사라지니까 감정이 사그라들더라고요. 추억이 같이 날아간 느낌? 지금은 배틀그라운드를 많이 보고 있어요.
A 현지=오버워치 리그는 대리 문제, 옵저버 문제, 부가 콘텐츠의 부재로 재미를 못 느끼고 있어요. 에이펙스를 보면 스토리텔링이 정말 좋았거든요. 어떤 팀은 로열 로더가 됐고, 어떤 팀은 항상 2등을 하는데 스크림을 잘 해서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고. 그런데 오버워치 리그는 부가적 콘텐츠가 없으니까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어려워요. 시간대도 아침이고, 직관도 어렵고요.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리그를 안 보게 돼요. 컨텐더스는 경기장이란 느낌이 안 들어요. 에이펙스는 전용 스타디움이 있다 보니 '경기 보러 오는 곳, 선수들이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컨텐더스는 서강대로 옮긴 뒤에 더 불만이 생기더라고요.
A 수경=에이펙스에 대한 상실감은 모든 팬들이 가졌을 거예요. 컨텐더스가 대체재가 되야 하는데 역할을 못 하고 있죠. 컨텐더스 직관을 종종 가는데, 응원하는 팀 경기 시간이 오후 9시거든요. 9시부터 11시까지 경기 하고, 11시부터 12시까지 팬미팅을 해요.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구조예요. 주말 낮 경기는 괜찮지만 평일 저녁 시간이 힘들어요. 팬을 위한 e스포츠가 아니라 말그대로 게임 실력 겨루기, 경쟁전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무조건 네 경기를 진행하니까 긴장감도 떨어지고요.
A 현지=에이펙스는 경기가 늦게 끝나면 지역 경찰과 연계해서 순찰을 강화하기도 했거든요. 컨텐더스는 그 외진 올림픽 공원에서 했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고요.
[이윤지의 영웅담] e스포츠 팬에게 묻고, 팬에게 듣다…오버워치-PUBG 편

Q 오버워치 리그와 컨텐더스의 상하구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현지=컨텐더스가 리그 선수를 뽑는 공장이 된 느낌?
A 희주=부속 리그 같은 느낌이 들어요.

Q 이적료만 지급하면 리그 중에도 선수를 데려갈 수 있는 조항이 그런 느낌을 강화시킨 것 같아요.
A 희주=컨텐더스가 리그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안 느껴져요. 컨텐더스 자체의 목적이 없는 것 같아요. 상금이 큰 것도 아니고, 명예도 없고, 주목도도 떨어지고.
A 현지=팬들 입장에선 팀을 응원할 마음이 안 생겨요. 언제 선수가 차출될 지, 언제 팀이 붕괴될 지 모르잖아요. 팀 자체에 애착을 붙이기 힘드니 자연스럽게 선수 개개인을 응원하게 돼요. 이슈가 되는 선수를 보면서 '리그 가라!'하고 응원하죠. 너무 잘 한다, 리그 가라.
A 희주=선수들 사이에도 '져도 상관 없다, 슈퍼 플레이가 나오면 리그에 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팀의 승패보다는 선수 개인의 슈퍼플레이가 더 중요시되는 것이죠.
A 현지=이러면 리그의 퀄리티가 떨어져요. 사람이 욕심이 생기면 무리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잖아요. 선수들도 성공하고 싶으니 리그를 꿈꾸겠죠. 누가 팀의 우승을 위해서 노력하고 희생하겠어요. 그래서 경기 수준이 에이펙스 때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요.

Q 컨텐더스의 직관 분위기는 어때요?
A 수경=빈 좌석이 정말 많아요.
A 희주=1경기, 2경기 티켓을 함께 파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하루라도 매진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나 봐요.
A 수경=늦은 경기 시간 탓에 7시 경기만 보고 나가는 팬들이 많아요. 경기가 늦어지면 관객석에 10명도 안 남기도 하고요. 치어풀도 에이펙스 때는 팀을 응원하고, 재기발랄한 선수를 조명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예쁜 그림, 잘 그린 그림이 많아요. 대회랑은 상관없이 '피규어 주세요' 하는 느낌으로요.
A 희주=관람 환경이나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중요하잖아요. 선수들도 팬들의 참여가 낮고, 환호가 적은 곳에서는 상실감이나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동기부여도 안 돼고요.
A 현지=중계진에게도 적용되는 얘기예요. '용봉탕' 황규형 해설님이 오버워치 리그 중계를 스튜디오에서 해서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드랍' 차 스튜디오에 방문하면 PD님들도 너무 고맙다고 촬영장 구경시켜주시고 되게 좋아하세요. 괜히 슬프더라고요.

Q 계속 얘기나눈 것처럼 컨텐더스의 인기가 많이 줄었잖아요. 부활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A 현지=전용 경기장이 필요해요. 한국에 블리자드 아레나가 생기면 얼마나 좋겠어요. 굿즈를 사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지 역할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확실한 경기 공간은 마음에 안정을 주거든요. 지금도 상암 1층 가면 소파가 너무 편하고, 15층 가면 내 집 같아요. 정해진 장소가 있고, 그 곳에서 팬과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으면 꽤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 같아요. 올림픽 공원에 관객이 적다고 서강대로 옮겼잖아요. 계속 옮기다가 PC방에서 할 지 어떻게 알아요.
A 수경=VCR이라도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오버워치 시즌1 결승에서 선수들이 젠가하고 닭싸움하는 일상적인 모습들을 VCR로 보여줬거든요. 선수 개인의 매력을 알 수 있고, 선수들끼리의 끈끈한 관계성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컨텐더스를 보면 스토리나 관계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선수 한 명 데려다 놓고 소개와 각오 정도만 들어요. 오버워치 리그도 마찬가지고요. 러너웨이는 아직도 인기가 많아요. 300석을 1초만에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를 갖고 있는데, 그 이유가 과거부터 이어진 서사에 있다고 봐요. 서사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 부분을 살릴 수 있는 VCR을 추가해줬으면 좋겠어요.
A 희주=컨텐더스같은 2부 리그가 성장하려면 오버워치 리그가 지역구로 나눌 수 있을만큼 커지고, 성공해야 해요. 지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했지만 대륙별로 나뉘어지면 2부 리그가 조금 더 부각되지 않을까요? 리그 비시즌엔 2부 리그를 홍보하고요.
A 수경=컨텐더스 시즌1 때 우승컵을 주지 않는 것도 충격이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하더라고요. 차라리 한국만 없었으면 관심이 없나 할텐데.
A 현지=컨텐더스가 그 나라의 오버워치를 대표하는 리그인데 대놓고 2부 취급을 하니까 아쉽죠. 에이펙스 챌린저스 느낌이에요.

Q 오버워치e스포츠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수경=대리 선수를 강경히 처벌했으면 좋겠어요. 대리 선수 때문에 보기싫어하는 분도 많거든요.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어요. 컨텐더스는 나름 청정 지역이었는데 여기까지 대리가 들어오니까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응원하는 선수가 없었으면 안 챙겨봤을 거예요.
A 희주=저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일베(일간베스트)' 때부터 싫었지만, '일베'는 애매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대리는 아니죠.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는 만큼 동경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아서 키웠으면 좋겠어요.
A 현지=제가 웬만한 이슈에는 반응하지 않는데, 미성년자를 건드는 것, 그리고 범법행위 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리는 엄연히 범법행위에요. 한국에선 법안 발의도 하고 있고요. 대리에 대한 확실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팬들이 납득할 만한 제재 수준이어야 하죠. 예를 들어 펍지에서 '벤츠' 김태효에게 1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고, 소속 팀에서도 사회 봉사 200 시간에 벌금 1천만원을 징계했잖아요. 또 보기 좋은 반성문을 내놓았고요. 팬들이 받아들이기에 합당한 처벌이었어요. 그런데 오버워치에는 없었거든요. 아무리 못해도 게임단에서 이 선수를 뽑은 것에 대해 돈 낭비라고 생각할 만큼의 징계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봐요. 대리 문제는 관리하는 리그가 빨리 결정해야 해요. 컨텐더스엔 그런 소문도 돌았거든요. 주최 측에서 리그 내에 대리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을 아는데, '이번에 조용히 넘어가 줄테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했다고요. 납득하기 어려운 처벌이 지속되니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이거든요.
[이윤지의 영웅담] e스포츠 팬에게 묻고, 팬에게 듣다…오버워치-PUBG 편

Q 이제 배틀그라운드 얘기를 해볼까요? PKL(PUBG 코리아 리그)을 거쳐 PGI(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까지 진행됐어요. 현재까지의 리그 상황은 어떤 것 같으세요? *인터뷰는 PGI 개막 이전에 진행됐습니다.
A 희주=아직은 어수선해요. 선수와 팬 모두가 부담을 느낄 만큼 경기가 빽빽하고요. 경기장 시설도 미비하고, 버그와 관전 문제, 옵저빙 문제도 개선이 안 되고 있고요. 가끔 보기 힘들 때가 있어요.
A 수경=12월 쯤 진행된 APL(아프리카TV PUBG 리그)에서는 딜레이가 엄청 심했어요. 2시간 지연 끝에 시작했는데 관전 버그가 엄청났고.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너무 급하게,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A 현지=급하게 시작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은 이해하는데, 그럼에도 준비가 너무 부족했어요. 방송사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선수 개인 캠도 틀어주고, 화면 구성이나 송출 방법도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종목사가 '열일'을 해야죠. 3개 정도의 문제가 있어요. 우선 팀이 너무 많고, 일정이 너무 빽빽해요. 그리고 버그가 많죠. 선수들도 버그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더라고요.
A 현지=버그 문제가 제일 심하고, 팀이 너무 많은 것도 고민이 필요해요. 펍지에서는 나름 신경쓴다고 정식 등록제를 시행하는데 40개 팀을 채우는 데 급급해 관리가 소홀하지 않았나 싶어요. 오히려 줄여야 할 것 같고, 또 하나는 형제 팀 문제. 40개 팀을 채우려면 형제팀을 없애진 못할 것 같아요. 그러면 해답을 내놓아야죠.
A 희주=저는 형제팀 문제는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펍지 리그 예선전은 형제팀을 싹 갈라 놓거든요. 그보다도 랜드마크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싶어요.
A 현지=랜드마크는 절대 없앨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없어지면 정말 '총스스톤'이 된다고. '총스스톤'이 프로 경기에서 나와선 안 돼잖아요. 게임을 하려면 최소한 총을 들고 대치해야 하니까요. 어렵고, 또 문제가 많아요. 없애지는 못하는데 랜드마크에 얽혀서 생기는 논란이 있으니까.

Q 게임 특성 상 교전이 후반에야 일어나서,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A 수경=동의해요. 15분까진 파밍에 집중하니까요. 오버워치는 시작과 동시에 바로 싸우는 맛이 있었는데, 배틀그라운드는 조금 아쉬워요.
A 현지=저는 오히려 편해요. 오버워치는 템포가 너무 빨라서 힘들었거든요. 경기 내내 긴장해야 하고.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는 파밍 시간에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고, 친구와 대화할 수도 있어요. 게임을 알수록 그 시간에 생각할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물론 지루하단 의견에도 동감해요. 그래서 전 '사녹'이 답이라고 봐요. 사녹을 PKL 시즌 2에서 잘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초반 파밍 시간도 짧고, 교전도 빨리 일어나잖아요. 라운드 당 출전 팀을 16개로 줄이고 사녹 1인칭으로 경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A 희주=초반 파밍 시간에 각 방송사들이 팀별 스탯, 개인별 스탯, 팀 랭킹, 딜 랭킹 등을 보여줘요.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팀 서사가 부족한 단점을 보충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시간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좋겠어요. e스포츠 경기와 실제 내 플레이 간의 괴리감이 지루함을 만드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봤는데, 그 게임도 초반에 볼 것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LOL은 솔로 랭크에서도 초반 파밍 시간이 기니까 팬들이 납득해요. 그런데 배그는 아니잖아요. 보는 입장에선 답답한 거죠.
A 현지=그렇죠. 일반인들은 '학교' 가고 '페카도' 가니까. 희주님 말처럼 방송사에서 파밍 시간을 메우기 위해 여러 데이터를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돌발 상황이 한 두개 씩 꼭 발생해서 끊긴대요. 그것도 고충이라고 하더라고요.

Q 현재 세 방송사에서 리그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직관 편의성이나 중계 선호도 등을 비교해주실 수 있나요?
A 희주=어딜가든 말하지만 꼴찌는 APL이에요. 직관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불편하고, 아프리카TV 외의 플랫폼이 없다는 것도 불편해요. 시청자가 잘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저는 PWM이 좋아요. 현장에 가면 맵 화면을 크게 틀어주거든요. 현장 직관 팬들은 PWM이 가장 편하다고 말해요. PWM은 또 치킨을 주니까. 먹으면서 보면 정말 재밌어요.
A 현지=APL 중계를 네이버에서도 하지만, 맵 방송을 보려면 아프리카TV로 가야해요. 처음엔 '뭐지, 생각이 없나' 싶었어요. 중계는 PSS가 편해요. 해설진이 '여기로 가면 개인 화면을 볼 수 있다'고 영업하고, 트위치tv 채팅방에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줘요. 내가 모르는 콘텐츠를 해설진이 얘기해주니 좋더라고요.
A 희주=해설진은 APL도 좋은데. 해설진은 APL과 PSS가 좋은 것 같아요.
A 수경=PWM은 해설이 아쉬워요. 처음에 김기열 씨가 기용됐을 때 '왜?'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지만요. 저는 희주 님과 다르게 단연코 PWM이 가장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현장감이 하나도 없거든요. 직관을 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환호하는 분위기, 휩쓸려 응원하는 그 느낌이 좋은 것인데 PWM은 장소가 분리돼 있으니까요.
A 희주=경기장은 PSS가 좋아요. 현장감도 느껴지고, 2층과 15층 모두 편해요.
A 수경=최선을 다해 만든 경기장이란 느낌이 들어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요.
A 현지=APL 경기장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면 컴퓨터 책상이 좁아서 선수들이 세팅하다 다치기도 한다더라고요.
A 희주=그건 PSS도 마찬가지래요.
A 현지=PSS는 모니터 높낮이 조절이 잘 안된다고.

Q 리그별로 개선돼야 할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먼저 APL이요.
A 현지=경기장이요.
A 희주=아니면 플랫폼을 하나라도 확대했으면 좋겠어요.
A 현지=트위치tv와 유튜브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해요. 그러면 네이버TV라도 확대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홍보도 많이 필요해요. 웹과 모바일에서 노출되는 방송 목록이 다르거든요. 웹에서는 맵 화면까지 볼 수 있는데 모바일에선 경기 방송 밖에 안 보여요. 제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로 이어지죠.

Q PWM은 어떤가요?
A 수경=2부라는 느낌이 강해요.
A 현지=존재감이 약하죠.
A 희주=해설진의 전문성이 다른 리그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A 현지=APL과 PSS의 해설진은 믿고 보거든요. 그런데 PWM은 기억에 하나도 안 남아요.
A 수경=PWM 해설진도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트렌디하지 못한 느낌이에요. 옵저빙도 PWM이 현저하게 뒤처지고요. APL은 아프리카TV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봐요. PPL도 많이 하고, 이상하게 웃기고 진지한 상황을 개그로 넘기는 아프리카 만의 감성이 있죠. 그런데 PWM은 정체성이 없어요. 스크림을 중계하는 것 같아요.
A 현지=스포티비게임즈의 장점은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PWM에선 이 부분이 안 보여요. 마케팅도 안 되는 지, 존재감도 색깔도 없는 느낌이에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만큼 아쉬움이 커요.

Q 마지막으로 PSS에 대해 얘기 나눠볼까요.
A 희주=경기 시간이요. 일요일 오후 12시는 심해요. 직관 팬 입장에서야 편하겠지만 누가 그 시간에 일어나서 경기를 보겠어요. 2시, 4시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15층 좀 열어주세요.
A 현지=생각보다 해설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요. 그런데 2층에선 거의 안 들리거든요. 15층 만의 현장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면 열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칭찬할 점은 피드백이 빠르다는 것.
A 수경=OGN은 '페이스북지기'도 정말 친절해요.
A 현지=오버워치 에이펙스 제작진이 PSS로 왔잖아요. 그래서인지 PSS에 오면 에이펙스의 향기가 느껴져요. 연출 숙련도도 좋고요.

Q 이제 막 발을 내딛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A 희주=게임 자체의 버그를 잡고 안정화 해야죠.
A 수경=게임이 흥행한 것에 비해 e스포츠 인기가 너무 잠잠한 것 같아요. 의문일 정도로요.
A 희주=게임이 안정돼야 e스포츠도 존립하니까요.
A 현지=제가 배틀그라운드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얼리엑세스가 3월에 나왔는데 4월 한달 간 200시간을 했어요. 그 때는 버그를 봐도 재밌더라고요. 내 위에 건물이 떠다니는 것도 봤고, '사이가'를 다섯 방 맞혔는데 적이 안 죽는 것도 봤어요. 그런데 얼리엑세스니까, 정식 출시 전이니까 괜찮았죠. 그런데 이제는 불편해요. 비행기가 뒤로가고, '대용량 탄창'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없어지고. 빨리 고쳐줬으면 좋겠어요.
A 희주=홍보도 더 많이 필요해요. PGI는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그 전까진 아예 없었거든요. 제가 글을 만들어서 퍼다 나를까 고민할 정도였어요. 예전에 자기장 '물개 패치'되기 전에 '가두리 양식'했던 것이나 안개 속에서 전투했던 장면을 보면 정말 재밌거든요. 이슈화 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펍지 쪽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A 현지=리그가 많으니까 더 그래요. 일주일 치 일정을 끝내고 나면 'PSS 2경기 봤어? 2경기 4라운드에서 있잖아'라고 얘기해야 하니까요. 일정이 조금 정리돼야 할 것 같아요.
A 수경=리그는 세 개고, 선수들은 하나니까 너무 바빠요.
A 희주=이번 시즌이 극단적이었어요. 선수들이 이틀 연속으로 경기를 치른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선수도 팬도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에요.
[이윤지의 영웅담] e스포츠 팬에게 묻고, 팬에게 듣다…오버워치-PUBG 편

Q 게임단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 같아요.
A 현지=팬들의 창작 굿즈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잖아요. 그런데 게임단이 '아이돌화'를 노릴수록 팬들 간의 서브 컬처 문화가 단단해지거든요. 이럴 경우 말로는 '여러분 하지 마세요. 만들지 마세요'라고 해도 놔두는 것이 필요해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규정이 마련될 것 같지만요. 혹여 앞으로도 막을 작정이라면 스스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A 수경=SNS를 신중하게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클럽 팀들이요. 코치님의 트윗 하나가 공식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팬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임단의 이미지에도 신경썼으면 좋겠어요. e스포츠 전체적으로, 또 한국 게임단들이 유독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A 현지=선수들 개개인도 자신의 가치를 살렸으면 좋겠어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행동도 조심히 하고요. 실력이 최우선이지만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아직까지 '프로 게이머는 게임만 잘하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절대 아니에요. 프로게이머임과 동시에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자각하고, 본인의 행동이 소비자에게 곧장 전달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해요.
A 희주=리그 결승을 갔는데 액토즈 스타즈, 콩두 몬스터, CJ 엔투스 등에서 굿즈를 나눠줘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나요. 다양한 팀들이 모이는 것이 배틀그라운드 만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여러 팀의 응원 도구가 관객석에 있는 것을 보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배틀그라운드 고유의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게임단이 여러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Q 팬으로서, e스포츠 업계에서 '등한시 됐다'고 느껴진 순간이 있을까요?
A 수경=크게 느낀 것은 없지만, 여성 팬들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운 경우는 많았어요.
A 현지=MBC스포츠플러스에서 자꾸 여성 관객들의 얼굴을 잡아요. 중계 방송에 여성 팬 얼굴이 잡히면 채팅에 바로 언급되거든요. FPS 장르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당한데, 여성 팬들의 의견을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채팅창을 관리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화면을 조심히 잡아달라는 요구인데요. PSS나 오버워치 에이펙스는 치어풀 타이밍에만 잡으니까 조심할 수 있는데 다른 방송은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요. 특히 컨텐더스 중계를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다들 마스크 쓰고 얼굴 가리느라 바쁜 것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어요.
A 수경=종종 해설진이 응원 소리로 팀의 인기를 비교할 때가 있어요. 비교를 당하려고 간 현장이 아닌데. 굳이 해설진이 언급하지 않아도 커뮤니티에서 '팬심'에 대해 저울질 하거든요. 자유롭게 응원하고 싶은데, 괜한 부담감이 생겨요.
A 현지=대체 누가 팬심에 대해 경중을 따질 수 있나요. '현장에서 응원하는 팬들이 집에서 응원하는 팬들보다 팬심이 깊다'고 말하는 것도 웃겨요. 또 기꺼이 현장에 와서 목소리를 내는 팬들의 정성이 중요한 거지, 숫자를 따질 문제가 아니거든요.
A 희주=배틀그라운드 리그를 보면 APL을 제외한 두 개 리그에서는 팬미팅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요. 이것이 직관 팬들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에이펙스만 해도 시즌 2부터는 제대로 된 팬미팅 장소를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주최 측에서 팬들의 중요도를 깨닫고, 생각해 준거죠. 그런데 아직까지 작은 게임단이나 신생 게임단은 팬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대리 게이머'를 수용하는 것도 팬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잖아요. 다들 적극적으로 팬의 의견을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A 희주=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여성 팬을 바라보는 시각 문제요. 저는 '아이돌화'라는 단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선수들에게 선물을 하고, 예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한 사람을 응원하는 방법일 뿐이지 아이돌이라 여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저 사람이 한 사람을 응원하는 것이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리그의 흥망에 대해 걱정하면 안 되잖아요. 배틀그라운드가 심해요. 얼마 전에 응원하던 선수가 인터뷰에서 "뛰던 리그가 없어진 뒤로 소속돼 있던 프로게이머들이 버려졌다"는 표현을 했어요. 하루 빨리 선수 복지를 개선해서 리그가 종료된 이후에도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직업을 전문화시켰으면 좋겠어요. 세 번째로 e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스포츠가 맞으면서도 또 아닌 부분이 있으니까요. e스포츠는 피지컬 대결임과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스포츠를 표방하는 것이 아닌, e스포츠만의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세웠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 얘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A 현지=e스포츠 리그는 누군가의 일이자 꿈이고, 팬들에게는 소소한 확정적 행복이에요. 어떻게 보면 내일을 기다리는 원동력이거든요. 이 가치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책임감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돈벌이를 넘어 누군가에겐 삶이고,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라는 것을요. 팬들은 LOL이 e스포츠로 자리 잡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어요. 배틀그라운드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선수들까지도 자신들을 '실험용 쥐' 같다고 얘기해요. 언제 팀이 터질 지 모르니 지켜보는 팬들도 불안하고요. 정말 책임감을 갖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A 수경=e스포츠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중학생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사촌 오빠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만 보고 있었는데 당시엔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e스포츠의 매력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푹 빠졌죠. e스포츠가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선정됐지만 e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게임 경기를 가서 봐?'라고 묻거든요. 오래 걸리겠지만, 천천히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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