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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드래곤 슬레이어'=맵

정명훈도 잘했지만 맵도 제 역할을 다했다?

20일 열린 바투 스타리그 4강전을 취재하는 가운데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는 ‘맵’이었다. 김택용이 스타리그 결승에 올라가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음을 알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맵이 만들어 놓은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느낀 김택용의 절망감을 동감했다.
바투 스타리그에서 사용되고 있는 맵은 모두 4개. 프로리그 공통맵이기도 한 신추풍령과 메두사, 과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쓴 적이 있는 맵인 남자이야기를 수정한 버전이자 지난 대회에도 쓰였던 왕의 귀환, 그리고 새로 만든 달의눈물이다.

이 맵에서 경기한 선수들의 느낌이나 기본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프로토스가 해법을 찾기 매우 어렵다는 의견으로 수렴된다. 프로토스가 저그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맵은 왕의귀환 뿐이고 테란을 상대하지 좋은 맵은 메두사 뿐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종족간의 전투 가능성은 모두 세 가지. 저그와 테란, 테란과 프로토스, 프로토스와 저그다. 이 가운데 이번 시즌에 사용된 맵들은 대부분 프로토스와 테란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정명훈과 김택용의 4강전 맵 순서는 신추풍령과 왕의귀환, 달의눈물이었다. 4강전의 열리기 전 한국e스포츠협회가 발표한 전적 자료에 의하면 각각의 맵에서 테란과 프로토스의 성적은 12대4, 12대10, 7대4로 테란이 크게 앞섰다. 특히 신추풍령에서 12대4의 스코어는 극복하기 어려운 데이터였다.

맵이 주는 압박감은 김택용에게 조급증을 불러 왔다. 신추풍령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은 패스트 캐리어를 강요했다. 위너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김택용은 위메이드 박성균을 상대로 다크 템플러 양방향 러시를 통해 큰 피해를 준 뒤 아비터로 마무리했다. 이 패턴을 팀 동료인 정명훈이 모를 리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리버-캐리어 조합으로 진행한 감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2세트 왕의귀환은 맵이 주는 압박감보다는 위축된 상황에서 나오는 실수로 인해 무너졌다. 정명훈이 초반부터 조이기에 이은 드롭 공격으로 압박하자 김택용의 시야가 매우 좁아짐으로써 5시 몰래 확장을 체크하지 못했다.

맵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에 ‘그렇다’는 마침표를 찍게 만든 3세트. 김택용은 초반부터 압박 플레이를 진행했고 노동 드롭을 통해 정명훈을 케이오까지 몰고 갔다. 그렇지만 드롭 공격이 막힌 이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벌처 한 두기로 확장 기지를 견제하고 좁고 가까운 러시 경로를 통해 8기의 탱크가 진을 치는 순간 김택용은 이미 져 있었다.

스타크래프트가 10년 가까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수들의 노력으로 인한 전략의 무궁무진함, 기업들의 후원을 통한 탄탄한 지원, 리그를 만들고 기획하고 시청자와 팬에게 다가가려는 방송사의 노력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다양한 맵을 통한 밸런스 조정도 한 몫했다. ‘저그>프로토스>테란>저그’라는 먹이 사슬과 같은 패턴을 깰 수 있는 매개가 바로 맵이다.

김택용 뿐만 아니라 이번 개인리그에선 프로토스가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바로 전 시즌 스타리그와 MSL의 4강을 구성한 주 종족인 프로토스는 ‘육룡’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리그를 장악했다. MSL에는 허영무가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스타리그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용 한 마리가 맵의 벽에 부딪쳐 죽고 말았다.

이번 시즌에 들어가기 전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대 화두는 '육룡의 선전 여부와 누가 그들을 말릴 수 있는가'였다. 그러면서 드래곤 슬레이어(용사냥꾼)가 누가 될 것인지 그 주인공이 저그인지, 테란인지, 외부적인 요소가 될 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김택용의 사례를 보면 드래곤 슬레이어는 바로 맵이었다. 결국 승자는 맵 제작자였다는 것이 기자의 짧은 판단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스타리그 맵별 종족별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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