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게임이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국산 게임을 e스포츠에 접목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e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레이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함께 줘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셜포스를 개발한 드래곤플라이는 일찌감치 보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플라이의 이 같은 노력 덕에 스페셜포스는 명실상부 국산 게임 가운데 최고의 e스포츠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셜포스를 최고의 e스포츠 종목으로 끌어 올리기까지 그들은 과연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들의 열정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옵저버 모드의 중요성
게임 하나가 e스포츠 종목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옵저버 모드다. 팬들에게 하는 재미를 넘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방송에서 보여지는 옵저버 모드가 뒷받침 돼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e스포츠에 최적한 게임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옵저버 모드에 대한 고민과 업데이트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오랜 기간 동안 스페셜포스 리그를 담당했던 대회팀 김용철 대리는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평소 현장을 매번 찾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희는 스페셜포스 전문가다 보니 생각하는 것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귀와 마음을 열어 놓았습니다. 대부분이 옵저버 화면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시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의견이 일치했어요.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죠. e스포츠는 역시 보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죠."
◇대회팀 김용철 대리
이후 김 대리는 옵저버 화면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개발기획팀 유병선 과장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어떻게든 시청자들이 더 편하게 볼 수 있을지 의논을 거쳐 하나 둘 바꾸기 시작했다.
"3년 전 프로리그 화면과 지금의 화면을 보면 천지차이일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게임이 맞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 이런 노력도 하지 않았겠죠. 사실 옵저버 모드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거든요."
◆영화 같은 게임 보여주고파
김용철 대리와 유병선 과장이 꼽는 최고의 옵저버 모드는 개인 화면의 변화였다. 현재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보면 개인 화면에서 체력바와 킬, 데스를 모두 보여준다. 그 변화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이 보는데 훨씬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개발기획팀 유병선 과장
개발기획팀 유병선 과장은 "개인 화면에 어떤 것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화면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종류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할지 세세하게 확인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저 개인화면에 정보 하나 넣은 것이 아니라 배치와 색감 등 모든 면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개발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입니다. 사실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업데이트만으로도 빠듯해요.리그를 위한 업데이트까지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돼요.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리그를 더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드래곤플라이 개발자들 모두 매번 프로리그를 지켜보며 많은 고민을 합니다."
영화같은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연구 중인 드래곤 플라이. 언젠가는 전쟁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려 본다.
◆최고의 역작 '어시스트'
스페셜포스의 경우 5명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전 선수가 팀워크를 맞춰 플레이 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킬 수가 높은 선수에게만 맞춰진다. 상대적으로 앞에서 길을 뚫어주는 돌격수들은 소외 당하기 십상이다. 리그가 진행되고 난 뒤 소위 '몸빵'을 해주는 돌격수들의 힘이 점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고충을 전해 듣던 김용철 대리는 개발팀과 함께 방법을 연구했다. 선수들의 체력을 깎아 놓는 전방 돌격수들의 활약을 알리는 것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고민하다 결국 '어시스트'라는 역작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열린 FPS 리그 가운데 어시스트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은 스페셜포스가 처음이다.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활약상을 조명해 주고 팀플레이의 중요함을 알리기 위한 너무나 필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선수들은 어시스트 반영 이후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 하게 됐다며 드래곤 플라이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용철 대리는 "그동안 스페셜포스 리그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도입한 제도 중 어시스트는 가장 뿌듯한 결과물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e스포츠 월드컵을 꿈꾼다
대회 전반적인 것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정성한 과장은 "드래곤 플라이는 리그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다"고 못을 박았다. 게임사들이 마케팅 툴로만 생각하는 리그에 대해 드래곤 플라이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게임이 먼저라는 생각이 아니라 게임과 리그는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대회팀 정성한 과장
"그동안 국제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FPS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이하 카스) 뿐이었습니다. 후속 게임 중 카스를 이을 FPS 게임이 없었죠. 드래곤 플라이는 그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다면 전세계인이 참가하는 스페셜포스 대회를 열겠다는 꿈도 이룰 수 있겠죠?"
김용철 대리 역시 스페셜포스를 월드컵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스페셜포스는 e스포츠의 중심이다. 마치 야구와 축구를 보는 듯 하다.
"국내 야구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지만 해외에서 야구는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잖아요.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축구는 다릅니다. 아직까지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는 '월드컵'이잖아요. 스페셜포스도 '축구'같은 종목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꿈이 너무 큰 것 아니냐고요? 두고 보세요. 꼭 이뤄낼테니까요."
큰 꿈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 둘 바꿔가고 있는 드래곤 플라이. 그들이 꿈꾸는 스페셜포스 월드컵이 조만간 펼쳐지게 되길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