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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성의 게이머그라피] 김택용은 노력의 결정체

*2편에서 계속

SK텔레콤 T1 '혁명가' 김택용과 가장 오래 생활한 사람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용운 감독입니다. MBC게임 히어로의 전신인 POS 팀에서 전략 코치를 맡았던 시절부터 김택용과 궤를 같이했고 2008년 SK텔레콤으로 김택용이 이적한 이후 박용운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금까지도 함께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김택용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e스포츠 인물이라 할 수 있죠.
박용운 감독이 7년 동안 지켜본 김택용은 어떤 선수일까요?

◆전혀 다른 스타일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에 남아 있는 프로토스 선수들과 김택용은 경기 스타일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프로토스는 유닛이 비싼 반면 유닛들의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종족입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 초창기에 스타리그 2회 우승을 차지한 김동수는 "프로토스는 머리로 플레이하는 종족이기에 손이 빠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정석과 강민, 박용욱 등 프로토스가 트로이카 체제로 상호 경쟁을 펼쳤을 때 세 사람의 스타일은 어땠을까요? 박정석은 팀플레이를 통해 다져진 기본기를 앞세우는 선수였습니다. 확장 기지를 가져간 이후 게이트웨이를 대거 늘리고 생산력을 발휘하면서 백병전에서 승리하는 패턴을 갖고 있었죠. 박용욱은 꼼꼼한 정찰을 통해 상대의 체제를 확인하고 자신의 전략을 구상하는 두뇌형 프로토스를 추구했습니다. 강민은 방어 중심적인 운영을 통해 유닛의 조합을 갖추고 중후반전에 힘을 폭발시키는 운영형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택용은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통합형 프로토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멀티태스킹 능력이 발군입니다. 1분당 명령 입력 횟수를 뜻하는 APM(Action Per Minute)에서 김택용은 프로토스 최상위에 속합니다. 박용운 감독이 "다른 선수들의 경우 APM을 높이기 위해 헛손질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택용은 정말 필요한 명령만 입력하면서도 300대 후반을 유지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정찰에 신경쓰는 꼼꼼함은 박용욱을 닮았습니다. 김택용의 경기에선 상대 진영을 정찰하는 프로브가 잡히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정 거리가 긴 유닛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는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정찰을 정확하게, 오래하다 보면 상대방의 체제와 전략을 간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죠. 특히 저그전에서는 프로브 정찰 이후 곧바로 커세어를 활용해 2차 정찰에 들어가기 때문에 맞춤 대응을 하기 쉽습니다.

생산력과 컨트롤의 조화도 잘 이뤄져 있습니다. MBC게임 소속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택용은 경기 중에 자원을 많이 남기는 경우가 가끔 보였습니다. 컨트롤에 치중하는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병력 생산을 원활히 하지 못했는데요.

SK텔레콤으로 이적한 이후 도재욱과의 융합을 통해서 게이트웨이의 활용법을 익힌 이후 김택용은 생산력에서도 여타의 프로토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프로토스 선배들이 모자랐던 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장점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김택용은 모든 부문의 능력치가 90을 넘기는 완전체라 할 수 있죠.

◆혁명적인 저그전의 비밀
김택용이 이름을 날린 계기는 앞선 칼럼에서 분석했듯 2007년 3월3일에 치러진 곰TV MSL 시즌1의 결승전입니다. 프로토스를 상대로 90%가 넘는 시즌 승률을 기록하고 있던 마재윤을 3대0으로 제압한 김택용은 저그전 최강으로 군림했습니다.

이후 김택용은 매 시즌 저그전만큼은 최강의 입지를 유지했습니다. 이번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서도 4전 4승을 달성한 김택용은 최근 저그와의 공식전 30전 성적이 27승3패로 승률 9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저그를 만나면 뒤처진다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상성을 뒤집는 승률을 보이고 있는 김택용의 저그전 비법은 무엇일까요? 참신한 전략과 꾸준한 노력이라는 것이 박용운 감독의 증언입니다.


김택용의 저그와 경기를 치를 때 핵심인 유닛은 커세어입니다. 공중 공격밖에 할 수 없는 커세어는 오버로드를 사냥할 요량으로 뽑는 유닛입니다. 일단 커세어를 생산한 이후 오버로드를 잡아내면서 저그가 인구수를 늘리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시작하면서 저그전의 실마리를 풀어갑니다. 커세어를 잃지 않는다면 저그가 타이밍 러시를 시도할 때 오버로드를 제거하고 시야를 없애고 나면 다크 템플러로 위험한 시기를 넘길 수 있죠.

이와 같은 패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김택용이 신인 시절 몸을 담았던 POS와 MBC게임 히어로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저그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공격적인 플레이로 '투신'이라 불렸던 박성준을 비롯해 뮤탈리스크 뭉치기를 발견한 서경종, 장기전 운영 능력이 빼어났던 김동현 등이 김택용과 한 팀을 이루고 있었죠.

김택용이 마재윤과의 결승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MBC게임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어떻게 플레이하면 저그가 자원 중심으로 전략을 꾸리는 것을 막느냐가 관건이었죠. 초반부터 오버로드를 끊어내는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커세어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전까지 커세어는 저그전에서 중후반에 활용되는 유닛이었습니다. 저그가 울트라리스크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커세어를 활용해 오버로드를 잡아낸 뒤 다크 템플러로 데미지를 주는 패턴이었죠.

그러나 MBC게임 저그들은 초반부터 커세어를 모은다면 프로토스가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원활히 구사하기 위한 프로토스의 전개 방향을 만들어냈죠. 프로토스가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야 하고 초반 저글링 러시를 봉쇄하기만 한다면 이후에는 공중을 장악한 프로토스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져야 하는 것이 전황을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김택용은 손놀림이 상당히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K텔레콤 코치였던 최연성은 "김택용은 1초에 5가지 정도의 명령을 입력한다"고 말한 바 있죠. 손만 빠른 것이 아니라 상대 저그의 움직임을 훑어보는 눈도 빠른 김택용은 커세어를 활용해 저그의 체제를 삽시간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멀티태스킹 능력에다 저그 강자들과의 꾸준한 트레이닝을 통한 위기 대처 능력, 커세어라는 유닛을 활용한 정보 수집 능력까지 합쳐지면서 명품 저그전이 탄생한 것이지요.

◆테란에게 약하다?
김택용의 약점을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에 박용운 감독은 고민 끝에 테란전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몇 가지 팩트가 있는데요. 2007년에 열린 곰TV MSL 시즌3의 결승전과 박카스 스타리그 2008 4강, 바투 스타리그 2009 4강전,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결승전 등을 예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07년 곰TV MSL 시즌3의 결승전은 김택용이 3회 연속 MSL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상대가 박성균이라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개인리그 결승에 처음 올라오면서 큰 경기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김택용의 승리가 점쳐졌죠. 그러나 김택용은 전략과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박성균에게 뒤처지면서 1대3으로 패했습니다. 이 때부터 김택용의 테란전 트라우마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박카스 스타리그 4강전에서 김택용은 이영호를 만났습니다. MSL을 점령했지만 스타리그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택용으로서는 반드시 결승에 가야하는 상황이었죠. 1세트를 승리한 김택용은 이영호를 꺾기 위해 캐리어를 사용했지만 골리앗으로 맞서는 이영호의 힘에 눌려 세 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또 바투 스타리그 2009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번에는 이영호가 아닌 같은 팀 동료 정명훈이 4강전 상대였죠. 테란에게 유리한 맵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김택용은 정명훈을 만나 0대3으로 완패합니다. 결승전에 올라갈 기회를 가로막은 상대가 또 다시 테란이라는 점에서 김택용의 트라우마는 더욱 강화됐죠.

그러다 보니 SK텔레콤으로서도 이영호를 상대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김택용을 내놓지 못하는 덫에 발목을 잡힙니다.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63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김택용이지만 결승전에서는 마무리 카드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KT 롤스터와의 결승전에서 에이스 결정전 출전 선수는 김택용이 아니라 도재욱이었습니다. 도재욱의 테란전 능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시즌을 마무리하고 우승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김택용이 나서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했죠. SK텔레콤의 결정은 김택용이 아닌 도재욱이었고 결론은 이영호의 승리와 동시에 KT의 우승으로 정해졌죠.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박용운 감독은 "김택용이 중요한 순간마다 테란에게 덜미를 잡혔던 일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데 에이스 결정전에서 내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도재욱 뿐만 아니라 김택용, 정명훈 등에도 에이스 결정전 맵을 준비시켰지만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서 김택용이 그동안 갖고 있던 테란 트라우마가 발동한 것이죠.

이번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서도 김택용은 테란 노준규와 이신형 등에게 2패를 당할 정도로 아직 테란에 대한 트라우마는 극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력이 만들어낸 혁명가
김택용은 천재과일까요? 노력형일까요? 박용운 감독은 고민도 하지 않고 "노력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을 천재형과 노력형으로 분류할 때 감독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며칠 쉬었을 때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선수들은 천재형이고 손이 굳으면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선수는 노력형이라고요.

박 감독에 따르면 김택용은 철저한 노력형 성공사례라는군요. 잠시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곧바로 성적이 하락하는 스타일이랍니다. 2008년 SK텔레콤으로 이적한 직후 김택용은 내부 평가전에서 손쉽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이 주전들의 물갈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죠. 그러면서 SK텔레콤 선수들 사이에서 김택용을 '택신'이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우쭐해진 김택용은 에이스 대접을 받으니 연습을 전보다 덜 했고 그 결과는 프로리그에서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돌아왔습니다.

08-09 시즌 심기일전한 김택용은 시즌을 마칠 때까지 이틀 이상 쉰 날이 명절밖에 없을 정도로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연습실을 폐쇄 조치하지 않으면 항상 연습실에 나와서 연습을 했다고 하네요.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면서 트레이닝한 결과 53승으로 이영호, 이제동에 이어 다승 3위에 올랐고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죠.

09-10 시즌에 성적이 떨어지면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한 김택용은 10-11 시즌과 이번 시즌 또 다시 연습실 지키미를 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박용운 감독이 외부에 일이 있어 코치들에게 연습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또 그 아이들이 문 닫고 가느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코치들은 "연습벌레 두 마리가 아직 남아 있다"라고 답한다네요. '그 아이들'이란 김택용과 정명훈이고요.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이 가장 늦게까지 연습한다고 하니 성적이 잘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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