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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아이유가 좋은 걸 보니 나도 아저씨"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아이유가 좋은 걸 보니 나도 아저씨"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올드 게이머 KT 롤스터 박정석 선수 인터뷰에 보내주신 성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 역시 팬들 덕분에 유일하게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사이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박정석 선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팬 여러분들도 박정석 선수의 현재 모습과 진솔한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지난 시간에는 박정석 선수의 최근 근황과 KT 롤스터가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저 역시도 STX 소울 소속 프로게이머로서 박정석 선수의 이야기 하나 하나를 들으며 많은 점을 보고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를 '멘토'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서른에 접어든 박정석 선수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그의 생각과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30대 프로게이머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뛰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감탄에 마지 않았는데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은 제가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과연 그의 꿈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박정석이 후배 프로게이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뷰 마지막에서 저는 기자가 아니라 훌륭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후배의 심정으로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꼭 프로게이머가 아니라도 인생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박정석 선수의 이야기. 그가 제시하는 꿈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아이유가 좋은 걸 보니 나도 아저씨"

◆30대 프로게이머는 불가능하다?

서지수=공군에서 전역한 뒤 오빠의 꿈이 30대 프로게이머라고 이야기한 인터뷰가 기억이 나네요. 올해 드디어 서른 살이 됐는데 느낌이 어때요?

박정석=꿈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잖아. 30대 프로게이머라고 당당히 말하려면 프로리그에 적어도 라운드당 한 번은 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30대 프로게이머라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다만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서지수=주위에서 코치로 전향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박정석=물론 많이 받았어. 심지어는 내가 이번 시즌에는 다른 팀 코치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 KT 팬들도 내가 코치로 전향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만두고 싶어.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내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아직은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고 선수들과 같은 위치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어. 물론 내 목표가 팀에 방해가 된다면 다시 생각해야겠지만 아직까지 코칭 스태프들이나 후배들은 내가 프로게이머로 남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고. 주변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데 내가 먼저 포기해 버리면 슬프잖아.

서지수=그래도 워낙 출전 기회 잡기가 어렵고 손도 따라주지 않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 역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 놀림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거든요(웃음).

박정석=나는 예전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겠지. 물론 힘들어. 그리고 어렵고. 하지만 내 모든 것을 걸고 하고 있는 도전을 남들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내가 팀에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된다면 그 때는 모두가 말려도 그만 두겠지만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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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놀림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수명이 워낙 짧은 e스포츠에서 사실 30대 프로게이머는 힘들 수밖에 없어. 우리 팀 (이)영호만 봐도 어린 나이에 혹독한 연습으로 벌써 오른팔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 올드들은 오죽하겠어(웃음). 그래도 이영호가 포기하지 않았듯 또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야.

서지수=그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마음이 잔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저 역시도 고민이 많았는데 오빠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 속이 환해지네요. KT 선수들이 왜 오빠를 의지하는 지 알 것 같아요(웃음).

박정석=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 참에 직업을 고민상담사로 바꿔볼까 생각도 드는데(웃음)?

◆이영호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

서지수=KT 선수들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한 건데 이영호 선수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본인은 그저 노력에 의해서 그 위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지켜봤을 때 이영호는 어떤 선수인 것 같아요?

박정석=물론 (이)영호가 노력을 열심히 하는 것은 맞아. 아직도 연습생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연습벌레니까. 대부분 연습생 시절에만 그렇게 연습하고 주전이 되고 나면 조금은 해이해지고 나태해지기 마련이거든. 그런데 이영호는 그런 법이 없어.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몰아 가는 것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아(웃음).

그런데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재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건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이)영호는 게임적인 재능도 재능이지만 무엇보다도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야. 사실 나는 지는 것도 두렵고 이름값이 높은 선수와의 대결은 두려웠거든. 하지만 (이)영호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겨. 다른 선수라면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영호는 웃고 있어. 장애물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져.

게임 센스가 좋은 것도 바로 이런 승부 근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스스로 지기 싫기 때문에 경기 내에서 계속 생각하거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리함을 지켜갈 수 있을까. 생각을 멈추지 않다 보니 (이)영호의 플레이는 쉼이 없어. 무의미한 손놀림을 하지 않는 타입이다 보니 빈틈이 없을 수밖에.

대단한 선수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아이유가 좋은 걸 보니 나도 아저씨"

서지수=이영호가 최고의 선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네요. 그런데 승부를 즐기는 천성은 약간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갑자기 이영호 선수의 부모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박정석=나도 그렇게 생각해(웃음).

◆바른 생활 사나이? 보수적이고 소심한 것일 뿐

서지수=박정석 하면 바른 생활 사나이로 더 유명하잖아요.

박정석=그게 언제적 이야기야(웃음). 이런 걸 보면 내가 이미지 하나는 잘 쌓았다는 생각이 들긴 해. 그런데 이제 진실을 밝힐 때도 된 것 같아. 물론 나는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해. 그런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고.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은 보수적이고 소심한 내 성격 때문인 것 같아.

서지수=보수적인 것은 조금 이해하겠는데 오빠랑 소심한 것은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데.

박정석=예전에는 남들 눈을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것이 두려웠고. 게다가 내 행동 하나가 프로게이머 전체를 욕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대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어.

그리고 솔직히 일탈이라는 것을 할 용기도 없어(웃음). 소심하거든(웃음). 이렇게 일탈을 하고 난 뒤 누군가가 나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 그러니까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는 나의 보수적인 성격과 소심한 마음이 결합돼 나온 것이 아닐까. 나도 그다지 도덕적인 사람 같지는 않거든(웃음).

서지수=겸손한 것도 바른 생각만 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상식적인 행동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그것조차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격이 어쨌든 말이에요.

박정석=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웃음). 그런데 요즘은 남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소심한 구석도 사라진 것 같아. 그래서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웃음). 군대 다녀온 뒤 아저씨가 된 느낌이야(웃음). 예전에는 숙소가 강남이다 보니 잠깐 나갈 때도 차려 입고 나갔는데 요즘은 추리닝 입고도 잘 나간다니까(웃음).


◆이상형 월드컵! 그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서른 살 삼촌!

서지수=메딕 데이트에서 피해갈 수 없는 코너 이상형 월드컵 시간입니다(웃음).

박정석=나이 먹어서 이런 것 하려니 쑥스러운데(웃음). 나는 원래 이상형이 없긴 한데(웃음).

서지수=그럼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 명 정하면 되죠(웃음). 자, 먼저 설리와 수지!

박정석=음, 수지. 더 귀엽고 순수한 것 같아.

서지수=김태희와 송혜교 중에는요?

박정석=당연히 김태희지(웃음).

서지수=서현과 유리!

박정석=서현보다는 유리가 더 나은 것 같아. 메딕 데이트를 보니 (이)제동이랑 (이)영호는 모두 서현을 택했더라고. 뭐 세대 차이가 낳은 다른 선택 아닐까(웃음).

서지수=그럼 다음 선택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아이유와 신민아.

박정석=어렵지 않은데? 당연히 아이유지!

서지수=그러면 4강. 수지와 김태희 중에서는요?

박정석=김태희!

서지수=유리와 아이유는 정말 상반된 매력인데. 서현보다 유리를 택했다면 아이유 보다는 유리를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어때요?

박정석=아니야. 둘 중에 택하라면 나는 아이유(웃음).

서지수=뭔가 앞 뒤가 잘 맞지 않는데요(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김태희와 아이유 중 이상형은?

박정석=어쩌다 보니 아이유가 됐네(웃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그냥 노래를 잘하고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쁜 것뿐이니까(웃음).

서지수=오빠도 그저 군대 다녀온 서른살 삼촌이었던 거군요(웃음). 아이유는 대부분 삼촌 팬들 이라던데(웃음).

박정석=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참 변명하기도 민망하다(웃음). 어쩌다 보니 이상형이 아이유가 됐네. 나도 대한민국 서른살 삼촌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한 것 같다(웃음).

◆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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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인터뷰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오빠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꿈은 무엇일까요?

박정석=의외로 소박한데 서울 근교에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이 목표야. 물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간 과정에 많은 일들이 선행돼야 하겠지. 결혼도 해야 하고 마당에서 함께 뛰어 놀 아이도 생겨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지(웃음).

서지수=재미있는 것이 이제동 선수나 이영호 선수의 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이제동 선수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고 이영호 선수는 재벌이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오빠는 돈 많은 좋은 아빠라는 꿈을 갖고 있으니, 두 선수의 꿈을 아우르는 목표를 가지고 있네요(웃음).

박정석=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나 어리나 다 비슷한 생각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서지수=얼마 전 서지훈 선수가 CJ 사무국으로 보직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KT가 그런 제안을 해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박정석=기사로 봤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 자신이 몸 담았던 곳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게다가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준 것이잖아. 만약 나에게 그런 제안이 온다면 나도 심사숙고 할 것 같아.

서지수=의외네요. 오빠는 지도자를 하고 싶어 할 것 같았는데.

박정석=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나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웃음). 어떤 일이 나에게 주어지든 열심히 하겠지만 그것이 꼭 감독이나 코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만약 KT에서 사무국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물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같아.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도 있고 얻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서지수=오늘 오빠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본 것 같아요(웃음). 아이유를 좋아하는 모습이라든지 스스로 소심하다는 고백도 하고. 예전에는 오빠가 약간은 어려웠는데 오늘 보니 아저씨가 다 된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오늘 인터뷰가 정말 편했던 것 같아요. 고마워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아이유가 좋은 걸 보니 나도 아저씨"

박정석=팬들도 내가 아저씨가 다됐다며 오히려 좋아하더라고(웃음). 앞으로 고민 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고. 나 역시 너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올드 게이머의 모습 보여줄게(웃음). 너도 나 혼자 남겨두지 말고 오랫동안 e스포츠 올드 게이머로 있어주고(웃음).

서지수=프로리그에서 1승하는 모습 기대할게요. 오빠, 파이팅!

박정석=너도 파이팅 하고 프로리그에서 자주 보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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