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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팬들과 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타리그가 뜸해 팬 여러분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 무척 속상했는데 이렇게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게 돼 너무나 반갑습니다. 앞으로 '스타걸이 간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첫 회에 누구를 만나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도 '스타걸'이었고 그 덕분에 이런 코너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스타리그와 인연이 깊은 선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한 선수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때 프로토스 종조긍로 플레이해왔기에 다른 종족보다 프로토스가 우승했을 때 누구보다 기뻤는데요. 팬들 역시 가을의 전설을 이뤄낸 선수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토스를 생각하니 바로 전 시즌 우승한 허영무 선수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3년만에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내며 프로토스 팬들의 열광을 불러 일으켰던 선수. 3대2까지 이어졌던 손에 땀을 쥐는 승부 끝에 불리한 상황을 뒤집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선수. 날씨는 더웠지만 순간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아 '진정한 가을의 전설 주인공'이라 불리는 삼성전자 칸 허영무. 스타리그 개막을 앞둔 지금 허영무만큼 좋은 인터뷰 상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개월만에 열리는 스타리그이기 때문에 이번 스타리그에 쏠리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우승자 허영무도 어느 때보다 스타리그를 시작하는 마음이 설레는 모양입니다. 인터뷰 내내 스타리그가 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던 허영무. 그와의 즐거웠던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가을의 전설 그 이후

서연지=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스타리그가 끝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잖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허영무=그렇게 오래 됐나요? 몰랐네요(웃음).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동안 프로리그에 빠져 살았죠. 성적이 좋을 때도 있었고 좋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어쨌건 스타리그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갑자기 힘이 나는 것 같아요(웃음).

요즘은 스타크래프트2를 연습하고 있는데 사실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원래 스타리그 중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변화가 생겨났죠. 가장 걱정되는 것이 스타리그 우승자로서 좋은 모습 보여줘야 할 텐데 스타크래프트2와 같이 연습하다 보면 과연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돼요.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첫 타자라는 사실에요(웃음). 지난 시즌 스타리그 우승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서연지=저도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정말 좋아요. 첫 타자를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허영무 선수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시즌 우승자에 멋진 가을의 전설도 완성했잖아요. 프로토스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허영무=아, 프로토스로 플레이하시는군요(웃음).

서연지=그래서 허영무 선수가 우승할 때 저도 눈물이 다 났다니까요(웃음).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 정말 기뻐요.

허영무=첫 타자로 꼽아 줘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스타리그 개막 전 제대로 관심 받을 수 있겠는데요(웃음).

서연지=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경기 때 날씨가 굉장히 더웠는데 선선하게 가을 바람이 불어오더라고요. 그 세트마다 허영무 선수가 이기는데 소름이 쫙 끼쳤어요. 특히 마지막 5세트 경기에서 정명훈 선수가 조이기를 시도할 때만해도 바람이 없었는데 허영무 선수가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허영무=8개월이나 지났는데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해요. 잊혀지지 않는다고 할까요(웃음). 얼마나 좋았는지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힘들어요.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마도 역전승이었기 때문일거에요. 예전에는 우승했다면 그냥 '내 꿈을 이뤘구나' 생각 정도였을 텐데 정말 부진한 상황에서 역경을 딛고 결승까지 올라가 역전승을 거뒀고 게다가 가을의 전설까지 이뤘잖아요. 솔직히 프로리그 1승이라도 역전승은 정말 기분이 최고거든요.

아직도 팬들의 함성소리가 생생해요. 제 이름을 외쳐 주시던 팬들의 목소리 그리고 간절하게 제 우승을 바라시던 어머니의 눈물 모든 것이 어제 일어난 일 같아요. 아마 평생이 지나도 그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서연지=그런데 스타리그 우승자라는 명예를 누리지도 못하고 모든 것이 거의 잊혀진 상황에서 스타리그를 시작하는 것 같아 속상할 것 같기도 해요.

허영무=정말 속상해요. 사실 우승 이후 자신감이 엄청났거든요. 무슨 경기든 나가면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고 연습하는 것이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스타리그는 제쳐두고라도 프로리그도 제가 우승하고 2개월 후 시작했잖아요. 프로게이머에게 2개월이라는 공백은 엄청나요. 체감상으로는 거의 6개월이 된 느낌이었어요. 우승했던 기운마저 다 빠져나갔고 기세도 꺾이고 나니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생각이 들어 많이 힘들었어요.

사실 그때 감독님이나 사무국에서 '차기 시즌 자신 있냐'고 물어봤을 때 이대로라면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큰소리 쳤어요. 하지만 그때는 허풍이 아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워요. 이상하게 저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운이 좋았던 적이 없더라고요.

◆허영무가 김가을 감독을 원망(?)한 사연

서연지=허영무 선수가 데뷔할 때 다른 선수들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허영무=달랐죠(웃음). 매번 패했지만 이상하게 감독님은 저를 계속 쓰셨어요. 제가 연습 게임을 하면 하루에 30게임 정도 했을 때 한 두 번 질 정도로 잘했거든요. 다른 팀에서 '허영무라는 엄청난 신예가 있다'는 소문도 많이 났고 그러다 보니 다른 팀 에이스들과 연습 때 붙을 기회도 많았고요.

사실 저는 팀플레이로 데뷔했으면 했어요. 방송 무대에 서면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다른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면 긴장감이 적어질 것 같았어요. 긴장을 조금 풀고 방송에 적응한 다음에 개인전에 데뷔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그럴 기회도 주지 않으시고 바로 개인전으로 데뷔 시켜주셨죠. 물론 그것이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때는 그냥 완벽한 상황에서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양대 개인리그 예선 다 통과하고 프로리그에서도 첫 승을 하는 등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보였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무렵 (오)영종이형에게 듀얼 토너먼트에서 두 번 연속 올인 전략에 당하면서 충격에 빠졌죠. 그때는 신예였잖아요. 자신감도 충만했는데 방송 경기에서 올인 두 번에 무너지고 나니 분한 마음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힘들었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서연지=그래서 데뷔 이후 계속 연패에 빠졌던 건가요? 별명이 '허필패'였었다고 하던데.

허영무=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네요(웃음). 한번 그렇게 패하고 나니 제 플레이가 안 나오는 거에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상대가 공격만 오려 하면 움찔해서 긴장하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은 그렇게 계속 무너지고 말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다면 그렇게 연패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서연지=감독님을 원망도 했을 것 같아요(웃음).

허영무=당연하죠(웃음). 감독님께 대놓고 '저 경기 나가기 싫다'고 이야기 했어요. 어렸잖아요. 지금이라면 이렇게 지는데 계속 내보내는 감독님께 죄송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했을 텐데 그때는 보답이 뭔지 몰랐고 출전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몰랐어요. 그냥 게임에 나가는 것이 싫었어요. 엔트리에 내 이름이 있으면 하루 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내보내시더군요(웃음). 그때는 얼마나 원망 했는지 몰라요(웃음). 사실 프로게이머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감독님께서 많이 잡아주셔서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허영무의 가장 무서운 적 '두려움'

서연지=저도 프로토스로 플레이하다 보니 허영무 선수의 경기를 자주 보거든요. 그런데 경기력에 기복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할 때는 송병구와 김택용을 합쳐놓은 듯한 플레이를 펼치는데 한 번 무너지면 팀 연습생보다 더 못하는 적도 많더라고요.

허영무=날카로운데요(웃음).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경기력 기복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심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왜 그런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드디어 그 이유를 찾았어요.

사람들이 저를 두고 '쿨한 성격'이라고 말하기에 저 역시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마음 속에는 저조차도 몰랐던 두려움이 항상 자리잡고 있어요. 데뷔 초 겪었던 연패에 대한 힘듦과 두려움이 지금도 괴롭히고 있는 거죠. 프로라면 한 번의 패배로 좌절에 빠지면 절대 안 되는데 저는 한 번 패하고 나면 다음에 또 패할까 두려워 지고 이것이 연패로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져요. 저도 모르게 계속 두려움의 늪에 빠져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경기력은 점점 떨어지게 되고 정신력도 문제가 생기면서 모든 것이 나락으로 빠져들어가는 거죠. 남들이 볼 때는 한 없이 밝은 성격을 가진 줄 아는데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라는 적을 항상 품고 살아가는데 참 힘든 것 같아요.

지금도 이 부분은 극복해야 할 대상인데 그게 쉽지만은 않아요. 이번에도 프로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이영호에게 1차전에서 패하고 난 뒤 바로 2차전에서 '또 지면 연패인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패했고 나중에는 '이대로 쭉 연패하면 큰일이다'라는 두려움이 올라왔어요. 만약 바로 경기가 있었으면 또 패했을지도 몰라요.

두려움과 항상 싸우고 있는데 언제 이길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힘들어요. 두려움이라는 놈과 싸워 이기게 되면 그때는 아마도 진정한 '올마이티' 허영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연지=다른 선수들은 어떤가요? 패배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허영무=프로게이머들 가운데 자신의 실력을 믿는 사람들은 이런 면에서 '쿨'해요. 아마 KT 이영호가 가장 '쿨'한 사람 중 한 명일 거에요. 이영호는 진짜 마인드가 좋아요. 옆에서 보면 (송)병구형도 패배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알더라고요.

그런 점들 때문에 이제는 진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게임이 하기가 싫더라고요. 나를 점점 무너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극복한 것을 보면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승도 하지 않았겠어요(웃음).

서연지=누구나 다 두려움은 있는 것 같아요. 새로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잘 안 될까 두렵고. 그 부분을 극복하면 진짜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그런데 극복도 못하고 우승했으니 진짜 성공한 사람은 허영무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허영무=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또 그렇네요(웃음). 생각해 보면 '쿨'하기만 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주변에도 '쿨'하지만 개인리그 한번 못 올라갔던 사람도 많거든요. 좌절만 할 일은 아니에요. 역시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연지=그럼요. 만약 두려움마저 극복하고 나면 허영무는 진짜 무서운 선수가 되는 거죠. 진짜 지금보다 더 완벽하고 무서운 선수가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지네요.

허영무=저도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사실 이번 스타리그도 두려움이 많았거든요. 지난 프로리그에서 (이)영호에게 2패를 하고 난 뒤 처음으로 갖는 공식전이다 보니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심했고요. 패하면 또 연패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조금씩 밀려 왔는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야겠어요. 스타리그 조지명식 때 제가 누구를 선택할지 기대해 주세요.

서연지=혹시 패기 넘치게 이영호 선수를 선택하는 것 아니에요?

허영무=그건 조금 생각해 봐야겠는데요(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허영무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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