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첫 회에 보내주신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사실 이렇게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긴장도 되고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걱정도 됐거든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더 힘을 내 앞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누군가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더군요. 특히 허영무 선수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허영무 선수가 의외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줘 알찬 인터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어 허영무 선수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난 주에는 허영무 선수의 우승 이후 이야기와 데뷔 때 이야기 그리고 그가 가진 두려움의 실체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실 허영무 선수가 연패에 대해 그렇게 큰 아픔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허영무 선수가 두려움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을 몰랐을 텐데요. 이제 다 털어놨으니 앞으로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신기하게도 오늘 허영무 선수 인터뷰 2부가 나가는 날 티빙 스타리그 조지명식이 펼쳐지네요. 오늘 조지명식에서 우승자 허영무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스타걸로서 기대가 됩니다. 최고의 선택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승부조작 사건 그 이후

서연지=허영무 선수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혹 시 그동안 우리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허영무=음. 이 말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대부분 선수들은 자신의 팀에서 연습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팀 선수들과 연습을 하면서 빌드도 정하고 전략도 다듬었어요.

예전에는 엔트리가 나오자 마자 배틀넷에 모여 옵저버도 같이 하면서 서로 충고도 해주는 등 정보도 공유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연습을 했거든요. 워낙 다른 팀에 친한 선수들이 많았고 그런 인맥을 통해 연습을 완성하곤 했죠. 그게 제 장점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아무리 친한 선수라 하더라도 다른 팀과 연습하는 것이 꺼려졌어요. 어쩌다 하게 되도 좋아하는 전략은 숨기게 되더라고요. 그저 상대를 도와주는 식의 연습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정보도 공유하고 내 플레이에 대한 의견도 나누던 선수들과 이제는 배틀넷에서 만나는 것도 꺼려지는 상황이 된 거죠.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지만 저는 타격이 특히나 심했어요.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 선수들이 엔트리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세 종족 상대로 완벽하게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팀 선수들과 연습을 해서 보충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답답했죠. 연습 패턴이 바뀌면서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어떻게 보면 승부조작 사건의 또 다른 피해라고 볼 수 있어요. 팀들간의 활발한 교류가 모두 끊기고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팀에만 박혀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부분은 너무나 안타까워요.

서연지=그런 면에서 스타크래프트2 연습을 하는 것도 힘들겠네요.

허영무=당연하죠. 현재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병행해서 연습해야 하는데 지금 팀에 소속된 선수들하고만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예 연습을 못하고 나가는 선수도 존재할걸요. 비단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일거에요.

만약 승부조작 사건이 없었다면 이런 고민이나 문제도 없었겠죠. 그런 점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다른 의미로 너무나 안타까워요.

◆허영무에게 2인자란

서연지=최근 '콩라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알고 있었어요? 진정한 2인자는 SK텔레콤 정명훈과 삼성전자 허영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허영무=저도 들었어요(웃음). 생각해 보면 (정)명훈이와 저는 비슷한 운명인 것 같아요. 팀에 강력한 선수 한 명이 있다 보니 '콩라인'이 아니더라도 왠지 2인자로 어울리잖아요(웃음).

서연지=팀 안에 같은 종족인 송병구 선수가 있어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허영무=솔직히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희 엄마가 힘들어하세요(웃음). 내 아들이 2인자가 되는 것 같다며 속상해 하시죠(웃음).

힘든 점보다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에요. 지난 번에 한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김준현씨가 라이벌이라 불리지만 친한 유민상씨에게 "맞춰놓지 않은 알람 시계"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죠.

(송)병구형은 프로토스 중 최고에요. 정말 꾸준하고 마인드가 좋으며 자기 관리가 투철해요. 보고 배울 것이 정말 많아요. 솔직히 제가 따라 하지 못하겠어요(웃음). 실력도 실력이지만 솔직히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 누구나 다 귀찮아져서 게임만 하기에도 귀찮거든요. 운동은 생각지도 못해요.

그런데 (송)병구형은 정말 꾸준히 운동도 하면서 자시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요. 체계적으로 스케줄을 짠 뒤 절대 낭비하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연지=본인이 '콩라인'에 가입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네요(웃음).

허영무=당연하죠(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이벤트전까지 모두 합쳐 준우승이 4번이더라고요(웃음). 배틀넷에 들어가니 갑자기 (홍)진호형이 "안녕, 내동생"이러는데 갑자기 소름이 돋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정말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콩라인'은 계속 결승에 가는 거에요.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싶어 그때부터 즐겼어요. 지금도 '콩라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웃음).

서연지='콩라인' 선수들은 대부분 즐기더라고요.

허영무=이게 다 (홍)진호형 덕분이에요(웃음). (홍)진호형이 한창 인기가 많았을 때 '콩라인'이 결성됐잖아요. 그 형 밑에 있다는 자체가 프로게이머로서는 행운일 수밖에 없어요. 2등에게 희망을 줬던 너무나 고마운 형이죠.

사실 '콩라인' 중에는 제가 제일 낫다고 볼 수 있어요(웃음). 최근 우승자잖아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콩라인'에 이어 뭔가 후속 라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어요. (홍)진호형 빼고 '콩라인' 소속 선수들이 모두 우승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도 제일 먼저 '콩라인'에 가입했던 (송)병구형의 이름을 따 새로운 라인인 '뱅라인'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서연지='콩라인'들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서로에게 우승을 나눠 줬더라고요(웃음).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해요?

허영무=신기하지 않아요? 아마도 (홍)진호형의 계시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신이 우승하지 못한 한을 우리에게 풀라고 넌지시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웃음).

서연지=스타리그에서 2연속 '콩라인' 대진이 완성됐잖아요. 이번 시즌에 만약에 결승전에 간다면 '콩라인' 중 어떤 선수와 붙고 싶어요?

허영무=둘 다 싫어요. 지난 시즌 프로리그에서 둘 다 잘했잖아요(웃음). 다 떨어지고 저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래도 이왕이면 정명훈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 이겨본 상대잖아요(웃음).

◆고마우면서 무서운 존재 팬

서연지=가을의 전설을 쓰면서 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예전 '겜알못' 사건으로 인해 팬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요.

허영무=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해야겠죠(웃음)? 지금은 웃어 넘기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사실 기사 댓글에는 제 욕을 써도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개인 공간인 미니홈피에 와서 욕을 쓰는 팬들이 있더라고요. 거의 테러 수준이었어요.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래야 했을까 싶어서 너무나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게임을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라고 미니홈피에 써놨죠. 인터넷에 있는 제 마지막 개인적인 공간을 지키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날리는 일침이었는데 일이 커져버렸죠. 하지만 정말 모든 팬들에게 말한 것이 아니라 미니홈피까지 찾아와서 욕을 하는 팬들에게 화가 나서 던진 말이에요.

서연지=저도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미니홈피까지 찾아와 나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굳이 왜 찾아왔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런 글조차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허영무=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미니홈피까지 찾아온다는 것은 엄청난 애정을 쏟아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나를 좋아했던 팬이 내가 계속 지니까 화가 났다는 생각에 나중에는 죄송했어요. 지금이요? 모든 것을 해탈한 느낌(웃음)?

서연지=그래도 팬들에게는 항상 고마움을 느낄 것 같아요.

허영무=그럼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있는 거잖아요. 항상 감사 드리고 있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실망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중에 다시 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제 일이라 생각해요.

◆허영무의 이상형과 꿈

서연지=걸그룹 이상형 월드컵을 하려고 했는데 허영무 선수는 이상형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냥 말해주세요(웃음).

허영무=그래도 한번 해보죠! 다를 수도 있잖아요(웃음). 물론 마지막은 소녀시대 태연이겠지만요(웃음).

서연지=그것 봐요(웃음).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허영무=저는 행동이 귀여운 여자가 좋더라고요. 오락프로그램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방송과 똑같더라고요. 사실 실제로 보니 수영이 더 예뻤지만 저는 일편단심이었습니다(웃음). 유니폼에 태연 사인 받은 것도 아직 간직하고 있어요.

서연지='스타걸이 간다'의 마지막 공식 질문이에요. 허영무가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요?

허영무=두 가지가 있어요. 프로게이머로서의 꿈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꿈이 있죠.

서연지=우선 프로게이머로서의 꿈부터 말해 주세요.


허영무=1년 전에 친한 프로게이머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e스포츠가 더 재미있어 지려면 '택뱅리쌍'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세력을 견제하는 다른 네 명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물론 그 안에 제가 들어가면 좋겠죠. 하지만 이 판을 위해 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택뱅리쌍'에 대항할 수 있는 네 명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다같이 분발하자고요!

서연지=최종 목표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태연과 결혼(웃음)?

허영무=당연히 아니죠(웃음). 제 가게가 있는 멋진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어떤 업종을 할지 아직 생각해 본 것은 없어요.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모으지 못했을 텐데 어머니 덕에 돈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거든요. 모자라는 부분은 앞으로 더 열심히 벌면 되고요(웃음).

앞으로 정말 멋진 사업가로 변신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서연지=솔직한 인터뷰 너무나 감사 드려요. 이번 스타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할게요.

허영무=꼭 저를 응원해 주셔야 해요(웃음).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 인터뷰 주자로 선정해 주셔서 저도 감사 드려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