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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 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김정우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김정우 선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팬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후 김정우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또한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지 모르겠는데요. 12일 펼쳐지는 티빙 스타리그 2012 8강 1경기부터 스타걸로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경기장에서 경기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네이트 칼럼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팬들과 다시 호흡하게 돼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주 인터뷰 주인공을 고민하던 도중 스타리그 레전드 매치에 대한 기사가 떴더군요. 물론 이 선수의 이름은 없었지만 누가 봐도 결승전은 이 선수가 임요환 선수와 맞대결을 펼칠 것 같았습니다. 스타걸로서 이 선수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기도 했고요. 게다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선수라는 것도 한 몫 했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e스포츠 팬들의 친구라 불렸던 오늘 스타걸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콩라인' 수장 홍진호입니다. 이제는 감독님이라 불러야 할 텐데요. 인터뷰 베테랑답게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더군요. 이런 경험은 처음 하다 보니 그들이 왜 레전드라 불리는지 조금은 알 수 있기도 했습니다.

즐겁다 못해 마치 제가 인터뷰를 당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던 홍진호 감독님과의 인터뷰. 아직은 감독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어색하기만 하지만 앞으로 좋은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홍진호 감독님과의 즐거운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선수에서 감독이 되기까지

서연지=e스포츠 팬들과 인터뷰로 오랜만에 인사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홍진호=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감독이 됐죠(웃음). 선수로 10년 넘게 활동하다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는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요. 선수들에게 그리고 부딪혀가며 배우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지내니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서연지=저도 그랬지만 다른 팬들도 감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홍진호 감독 보다는 홍진호 선수가 아직까지는 더 익숙하니까요. 서운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홍진호=저 역시도 감독이라 불리는 것에 적응이 완벽하게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심했죠. 특히 감독 회의라는 것을 한다는 이야기에 내가 껴도 되는 자리인가 생각이 들면서 난감할 때도 있었죠.

사실 처음부터 감독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선수로 은퇴하고 난 뒤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쉬고 싶었어요. 세 달은 아무 것도 안하고 놀기만 했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송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잠수를 탔던 것이 하도 노니까 불러주는 데가 없더라고요(웃음). 갑자기 두 달 지나니 '너무 놀았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확 들었어요. 지금부터 무언가를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이 없었죠.

그 시기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이라는 게임을 알게 됐어요.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최영우 팀장님이 라이엇게임즈에 e스포츠 팀장으로 입사했다며 온라인 광고 모델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왔죠.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어요. 그래서 LOL을 시작하게 됐죠.

사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를 할 때도 신비하거나 열정이 넘치지는 않았어요. 어쨌건 10년을 넘게 해온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비슷한 게임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LOL은 새로 접해본 AOS 장르였기 때문인지 마치 내가 신인이 된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LOL에 빠져 사느라 또 잠수 아닌 잠수를 타버렸어요(웃음). 나름 아마추어 고수까지 레벨이 올랐었다니까요.

게임의 재미에 푹 빠져 사실 LOL 게이머를 해볼까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정말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이미 북미 서버에서 LOL을 즐기던 한국 게이머들이 많아 고수가 수도 없이 널려 있는 상황이었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생각했었던 거에요. 그러던 찰나 감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서연지=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까지는 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홍진호=당연하죠.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스타크래프트 선수였던 제가 LOL 감독을 하는 것이 과연 전문성이 있을지도 고민이 됐어요. 처음에는 설득을 당해 감독을 시작했죠(웃음). 정확하게 말하면 거절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도 있었어요, 선수로서 막막하게 시작하기 보다는 10년 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리면 감독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시작은 미비했지만 막상 감독 일을 하다 보니 열심히 하게 돼요.

서연지=그래도 처음 하는 감독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홍진호=지금 저한테 힘들지 않냐고 물어 본거죠(웃음)?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에요(웃음)? 당연히 힘들었죠. 예전 선수 시절에는 감독이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연습실에 와서 시간만 보내다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후회해요(웃음). 감독이라는 자리가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하더라고요.

우선 선수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일일 텐데 이 일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죠.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 보니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수들에게는 설득을 시켜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해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웃음).

더 답답한 것은 제가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그들이 왜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거죠(웃음). 차라리 화를 내거나 때리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이해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웃음).

선수들에게는 무조건 하라는 말은 통하지 않아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해 설명해 주고 선수들이 그 부분을 받아 들여야지만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게 돼요. 감독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진짜 예전에는 미쳐 몰랐습니다. 저를 지도했던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싶어요(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전설의 3연벙, 그 때 그 시절

서연지=근황에 대해 벌써 많은 이야기를 했네요. 이미 한 회 분량 뽑은 것 같은데요(웃음)?

홍진호=안 되요. 오랜만에 인터뷰라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요(웃음).

서연지=이제는 슬슬 옛날 추억에 대해 이야기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홍진호=설마 전설의 3연벙에 대해 물어볼 생각은 아니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잖아요. 재미 없을 거에요.

서연지=그래도 궁금한걸요(웃음). 아직도 회자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사건이라는 이야기잖아요. 임요환 선수에게 스타리그 4강에서 3연속 벙커링에 패한 뒤 폐인이 됐다면서요. 얼마 전 KT 이지훈 감독님 인터뷰 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웃음).

홍진호=결국 이야기를 해야 하는군요(웃음). 1년이 365일이잖아요. 하지만 제 기억에는 2004년도는 364일이었어요. 그날은 깨끗이 잊고 싶네요(웃음).

3연벙을 당하고 난 뒤 숙소 와서 아무 기억이 없어요. 소리 지르고 밖으로 뛰어 나간 기억 말고는 말이죠(웃음). 사실 힘들 때마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었거든요.

서연지=다른 인터뷰 때 했던 이야기잖아요.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홍진호=경기가 끝난 뒤 멘탈이 붕괴돼서 혼자 숙소 밖을 뛰어나갔어요. 저희 팀 숙소가 수서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었는데 차를 타고 가지 않으면 안될 만큼 멀었어요. 그런데 정말 답답해서 그 길을 뛰어 내려갔죠. 마을 끝에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사 원샷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요. PC방을 가면 안 됐는데 그때는 반응이 궁금했어요. 스타 관련 커뮤티니를 들어가 보니 제목부터 클릭하기 무섭더라고요. 그런 글들이 너무나 상처가 됐어요. 댓글이 모두 저를 무시하는 내용뿐이었으니까요.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1시간 만에 경기가 끝났다고 저에게 화를 내면 제가 어쩌겠어요.

그래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에 제 팬카페에 긴 글을 썼죠. 마지막 문구가 '저는 폭풍 저그도 아니고 오늘은 그냥 저그였습니다'라는 문장을 쓴 기억이 나요.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위로 받기 위해 쓴 글이었죠.

하지만 저의 착각이었어요. 과연 내 팬카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댓글들이 다 비난하는 내용이더라고요. 팬들은 오히려 이런 글을 썼다는 것에 대해 더 화가 났나 봐요. 우리는 좋아하는 선수가 허무하게 패해 속상해 있는데 PC방 가서 커뮤니티나 보며 핑계 댈 궁리만 했다고 생각한 팬들이 오히려 꾸짖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위로 받고 싶어 글을 썼는데 오히려 공격을 받고 나니 내 편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더 힘들어서 폭주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 (이)지훈이형이 저를 데리고 나가 술을 사줬나 봐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3연벙 당하고 임요환 미워해"

서연지=그날 하루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그 경기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어요.

홍진호=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요. 원래 결승전에서 지더라도 바로 다음 날 모든 것이 풀리는 편이었는데 그날 충격만큼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어요. 제 신조가 팬들이 볼 때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는 생각을 했고 대회 때 4, 5드론 같은 초반 전략은 쓰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최소한의 운영을 보여주면서 공격적인 경기를 하면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그날 경기로 '프로는 결과로 말하지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프리미어 리그 4강에서 박태민을 만나 4드론을 했어요. 게다가 패하기까지 했죠. 그날 (박)태민이가 인터뷰에서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오늘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2차 충격이 온 거죠.

스타리그 결승에 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팬들에게는 핑계나 되는 선수로 비난 당하고 선수들에게조차 실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프로게이머 생활 자체가 흔들렸어요. 정말이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슬럼프네요.

서연지=그렇게 힘들었다면 임요환 선수가 미웠을 법도 한데 이후로도 계속 친하게 지냈잖아요. 저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정말 대인배네요.

홍진호=저라고 왜 (임)요환이형이 밉지 않았겠어요. 2대0으로 이기고 있다면 한 번은 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3연속 벙커링을 했잖아요. 솔직히 정말 열 받았어요(웃음).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저의 정신력을 흔들어 놓았으니 미움도 컸죠.

하지만 그때 저는 남들을 굉장히 의식하는 편이었어요. 그런 일로 (임)요환이형과 사이가 좋지 않아진다면 솔직히 치졸하고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남들에게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죠.

게다가 (임)요환이형은 아마 저이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할 수 있었을 거에요. (홍)진호니까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분명 했을 텐데 제가 그 믿음을 저버린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 정도가 심했어요(웃음).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추억처럼 이야기 하지만 정말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임)요환이형도 조금은 미안해 할 것이라 생각해요(웃음).

서연지=미웠지만 미워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네요. 결국 완전한 대인배는 아니었군요(웃음).

홍진호=그래도 이 정도면 대인배 아닌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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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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