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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4주 전에 이번 스타리그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진행되는 마지막 리그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요. 아무리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스타리그가 계속 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준 스타1 스타리그가 사라진다는 소식은 수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e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된 것 역시 스타1 스타리그 덕분이었기 때문인지 17일 치러진 티빙 스타리그 4강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이제 정말 결승전 경기를 끝으로 스타1 스타리그가 더 이상 열리지 않는 다는 사실에 왠지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스타1 스타리그 결승전 대결도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는 허영무와 정명훈이 이번 시즌 또다시 맞대결을 펼치는데요. 스타1 스타리그의 역사적인 대미를 장식할 두 선수의 결승전 대결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스타1 스타리그 마지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할 사람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e스포츠가 만들어 지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고 e스포츠가 하나의 관람 문화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스타리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 올린 e스포츠 유일한 스타 PD 온게임넷 위영광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e스포츠계의 김태호'라고 불릴 만큼 도맡게 되는 리그마다 최고로 만드는 재주를 지닌 위영광 PD. 그가 들려주는 13년 스타1 스타리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0년 동안 가꿨던 정원

서연지=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요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리그를 하시느라 스타리그에서는 통 얼굴을 뵐 수 없었잖아요.

위영광 PD=그러게요. 물론 팀장이라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기획 등 모든 부분을 총괄하고 있긴 하지만 스타리그를 연출할 때만큼 스타리그에 열정을 쏟지는 못하고 있죠. 요즘은 LOL 리그를 제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스타리그는 계속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연지=스타리그 하면 위영광 PD가 떠오를 만큼 그동안 스타리그에 많은 것을 쏟아 부으셨는데 그런 스타리그가 사라진다는 이야기에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위영광 PD=사실 속상하다기 보다는 고민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어요. 누군가가 스타1 스타리그를 그만하라고 말한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100퍼센트 우리의 의지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1 스타리그와 스타2 스타리그에서 고민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스타1 스타리그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아요. 여전히 스타1으로 펼쳐지는 스타리그는 재미있잖아요. 선수들의 플레이, 승리하고 싶어하는 열망과 경기를 준비하는데 흘리는 땀과 눈물은 아직도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물론 스타2로 바뀌면서 그 모든 것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서연지=스타2 스타리그로 넘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있을까요?

위영광 PD=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에요. PD나 게임단, 코칭 스태프, 사무국이 없어도 스타리그는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러나 선수 없이는 리그가 존재할 수 없죠.

그런데 미래를 생각해 보면 당장 차기 스타리그부터 과연 참가할 선수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지금이야 프로리그에서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스타2로 완전히 넘어가게 될 때는 누가 스타1으로 진행되는 스타리그에 참가할까요? 물론 소수의 선수들이나 아마추어들로 명맥을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스타2 스타리그로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그 선택에 제 의견도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느낄 겨를 없이 그저 수 만 가지의 고민만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서연지=그 고민이 정리되고 난 뒤에는 분명 아쉬움이라는 감정도 따라오지 않았을 까 싶어요.

위영광 PD=결정이 끝난 뒤에는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이윤열 선수의 은퇴를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이윤열 선수는 정말 어린 나이에 데뷔해 스타리그에서 잘하면서 레전드가 된 선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던 선수인데 이제 훌쩍 자라 은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이윤열 선수 은퇴식이 스타1 스타리그가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줬고 그때부터 만감이 교차했어요.

감정적으로 서운한 면도 있었고 회한이 느껴지기도 하는, 정말이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죠. 스타1 스타리그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들어 준 레전드들이 모두 떠나고 나니 이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말이죠.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서연지=PD님에게 스타리그는 자식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위영광 PD=자식보다 오히려 더 힘든 존재인 것 같아요(웃음). 자식은 어느 정도 키워 놓으면 제 품 안을 떠나잖아요. 물론 부모는 가슴으로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떠나 보내지 못하지만 자식들은 결국 독립하고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고 부모 없이도 많은 것들을 하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스타리그는 자식이라기 보다는 정원 같은 존재였어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하루라도 만져주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어 버리는 너무나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정원은 아무리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 놓아도 일주일만 지나면 또다시 만져줘야 하잖아요. 뭔가 시원하게 다 이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존재가 바로 스타리그였어요. e스포츠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이것은 팬들도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계속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에요. 잠시도 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위PD의 충격적(?)인 과거

서연지=어떤 것이든 첫 만남이 있어야 하잖아요. 스타리그와는 어떻게 첫 만남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e스포츠를 만들어 온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을 것 같아요.

위영광 PD=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죠(웃음). 제가 스타리그를 처음 접했을 때는 투니버스 시절이에요. 게임 방송을 하게 될 줄은 단 0.1%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저는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음악 방송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컸으니까요.

그래서 메이저 방송국 PD 시험을 봤죠. 하지만 면접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어요. 2년 연속 낙방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연말에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언론고시가 끝나고 연초에는 여유가 있었거든요. 학교 선배가 아르바이트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고 돈이나 벌어서 남은 쉬는 시간을 윤택하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 조연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온게임넷이라는 방송국이 개국한다고 하더라고요. 입사 제의를 받고 이왕 이렇게 된 것 경력 쌓고 지상파 PD 시험을 보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수락했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애정도 생기고 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어요(웃음). 아마 온게임넷 개국 멤버들은 모두 저와 비슷할 거에요. 게임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마 충격적인 과거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연지=정말 충격적인데요. 저는 PD님이 진짜 게임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셨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적인 것 같아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위영광 PD=대부분 사람들이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충격을 받더군요(웃음).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게임 방송을 연출하면서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던 PD가 게임 방송을 하게 되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거든요.

서연지=정식으로 스타리그 PD가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위영광 PD=2002년 스카이 스타리그부터였어요. '영웅' 박정석이 태어난 리그부터 스타리그 PD를 시작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스타 탄생이 제가 연출한 스타리그에서 발생했고 이후로 제가 연출한 스타리그에서 계속 스타가 탄생했으니 말이죠.

게임방송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에 묘한 매력이 있어요. 저도 게임 방송에 관심이 없었을 뿐 게임은 정말 좋아했거든요. 처음 시작하게 되면 욕심이 생기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콘텐츠인데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커져요.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많은 시도를 했죠.

제 관심 분야는 다른 쪽이다 보니 게임자체 보다는 게임 방송을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 욕심이 지금의 스타리그와 프로리그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서연지=개인적인 욕심이 스타리그와 프로리그 틀을 잡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사실도 충격인데요(웃음)?

위영광 PD=원래 어떤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욕심 없이는 불가능해요. 그 속에 속한 누군가의 욕심이 없다면 열정도 존재하기 어렵거든요. 저는 일단 내 이름을 달고 만드는 프로그램이니 멋지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가장 강했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케이블 방송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죠. e스포츠 선수들도 다른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처럼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난 뒤 선수를 스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프로그램을 멋지게 만들고 선수를 더 멋지게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좋은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e스포츠는 다른 콘텐츠보다 반응이 워낙 확실했잖아요. 팬들이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줬고 인터넷 세대이다 보니 피드백이 바로 오더라고요.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만들면 팬들도 더 좋아하고 저 역시 생각하지 못한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 좋고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죠. 그 시스템이 e스포츠 팬들의 결집력을 높였고 지금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온게임넷 위영광 PD "이윤열 은퇴에 가슴이 먹먹해"

서연지=팬들의 의견을 듣는데 무척 적극적이셨죠. 그래서인지 e스포츠 PD 가운데 유일하게 위영광이라는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마치 무한도전 김태호 PD처럼 말이죠.

위영광 PD=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도' 팬들에게 미안한데요(웃음). 김태호 PD 역시 인터넷으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e스포츠 PD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제가 알려졌을 뿐이죠.

사람들은 이름이 알려지면 피곤한 점이 많지 않겠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미 예전부터 이런 일에 익숙했어요. 친형 이름이 '위대한'이었는데 항상 같은 학교를 다녔거든요. 선생님들도 '네가 위대한 동생이니'라며 관심을 가져주셨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일들을 했지만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많기도 해요. 어떤 PD가 자신이 연출하는 리그 오프닝이나 홍보 영상을 찍겠어요(웃음). 예전에 최초의 저그 대 저그전 결승전을 앞두고 홍보 영상을 위해 어설픈 연기를 했던 경험은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요. 당장 테이프 원본을 폐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웃음).

연출하는 사람들은 연기나 찍히는 것에 취미가 없어요. 처음 그런 의견이 나왔을 때는 의견을 낸 사람의 입을 당장 막아버리고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더군요.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면 굳이 거절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 의견이 나오면 오히려 제가 변형을 시킨 적은 있어요.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팬들이 좋아해 주고 반응이 좋으니 저도 신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서연지=충격적인 과거가 계속 드러나는데요(웃음)? 또 저희가 충격 받을 일은 없을까요(웃음)?

위영광 PD=이제는 없지 않을까요(웃음)?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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