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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에는 웅진 스타즈에서 활약하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전향한 뒤 GSL에서 무려 네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레전드로 떠오르고 있는 정종현 선수와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전향한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인터뷰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밝은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정종현 선수였기 때문에 인생을 살면서 큰 아픔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힘든 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된 후로도 계속 평탄하지만은 않았더군요. 최고의 위치에 올라있는 지금까지도 정종현 선수는 부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종현 선수가 지금 이뤄놓은 모든 것들이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딛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던 정종현 선수의 성공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더 감동하고 꿈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목디스크가 심해 연습도 잘 못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종현 선수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게 됐으면 좋겠네요. 정종현 선수가 다시 '정종왕'으로 부활하게 되기를 간절히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만나볼 선수는 스타2 덕분에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 칸 신노열 선수입니다. 위메이드 폭스가 해체된 뒤 삼성전자로 이적했던 신노열 선수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죠. 위메이드 에이스로 자주 경기에 출전했지만 성적이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 이적한 뒤 신노열은 스타2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송병구를 제치고 팀 에이스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확실히 스타1보다 스타2가 신노열 선수에게 더 적성에 맞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항상 주목 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그러나 결국 스타2로 빛을 보고 있는 신노열 선수. 과연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게이머가 됐고 어떤 일들을 겪으며 지금의 신노열로 성장했을까요? 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너무나 미약한 시작?

서연지=제대로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신노열=제가 스타1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내 스타리그도 자주 나가지 못했죠(웃음). 그래서 스타걸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보게 돼 영광입니다. 역시 선수는 성적을 잘 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매번 팀 동료인 (이)영한이가 스타걸 본다고 자랑했는데 저도 한을 풀었네요.

[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서연지=스타리그에 올라오지는 못했어도 프로리그에서 자주 출전해 이름과 얼굴은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신노열=그렇게 많이 출전했는데 모르면 안돼요(웃음). 프로리그에서라도 성적이 좋았다면 제가 무척 당당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부끄럽네요. 오늘은 우리 스타2 이야기만 할까요(웃음)?

서연지=인터뷰 전에 기사를 많이 찾아봤는데요. 의외로 신노열 선수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원래 인터뷰 전에 이 선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신노열 선수에 대해서는 'S급 판독기'라는 별명과 위메이드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라는 정보 이외에는 거의 백지 상태로 왔어요.

신노열=항상 주목은 받았는데 '빵'하고 터트리지를 못해 인터뷰도 거의 못해서 그래요. 사실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이 거의 처음이라 긴장 많이 했거든요(웃음). 어떤 이야기를 들려 드려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고요. 제가 알고 보면 별로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인생을 살았거든요.

서연지=고난을 극복한 감동의 스토리를 기대하고 왔는데 그런 이야기가 없나요(웃음)?

신노열=어쩌죠? 그런 것을 기대하고 오셨다면 낭패인데요(웃음). 의외로 평범하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고 평범하게 살았고 평범하게 이 자리까지 왔어요. 남들이 볼 때는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밝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싫어해서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삶이었는데 말이죠.

서연지=그건 제가 판단해 보도록 할게요(웃음). 그럼 어떻게 평범하게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것인가요?

신노열=처음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이런 이유를 댄 프로게이머가 그동안 없었거든요. 그래서 말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한데 또 사실과 다르게 포장할 수는 없잖아요. 많이 고민했는데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서연지=어떤 이유이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진짜 궁금한데요?

신노열=다른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고 게임이 좋았다는 멋진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 시작은 미약한 정도가 아니라 부끄러울 정도에요(웃음). 사실 저는 학교 가는 것보다 노는 것이 좋아서 게임을 시작했거든요(웃음).

서연지=불량학생이었던 것인가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신노열=당연히 아니죠(웃음). 누구나 학창 시절에는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고요. 공부에도 취미가 없었고 교복 입고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똑 같은 행동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어요.

물론 그 와중에 스타1을 열심히 했죠. 나름 소질도 있었다고 생각해요(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 방학 한 달만 아마추어 숙소에 머물면서 게임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부모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허락해 주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서울에 가보고 싶어 온 것이지 게임을 하고 싶어 아마추어 숙소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어요.

[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그러데 숙소 생활을 해보니 정말 재미있는 거에요.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학교도 다니지 않고. 얼마나 재미있었겠어요. 숙소 안에서 선수들이랑 만날 게임하고 놀고(웃음). 학교 다닐 때와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느낀 것이죠.

프로게이머가 꿈은 아니었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즐거운 삶을 살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그때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미약한 시작이라 어떻게 포장할 수도 없네요(웃음).

서연지=저도 어떻게든 포장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웃음). 그래도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니 신선하긴 한데요(웃음)?

신노열=사실이 그러니까요(웃음). 그래서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 두고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말을 했죠.

서연지=부모님이 기함하셨겠네요.

신노열=당연하죠(웃음). 공부는 잘 못했어도 큰 말썽은 부리지 않았던 막내 아들이 갑자기 학교를 때려 친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하셨겠어요. 게다가 혼자 서울로 올라가 숙소 생활을 하면서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우기니 황당하셨을 거에요. 부모님께서는 프로게이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셨으니 더 힘드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서연지=그래도 꼭 하겠다고 우겼나 봐요.

신노열=그때는 노는 것에 빠져서 물 불 가리지 않았어요(웃음). 그저 놀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기세였거든요(웃음).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 연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한 연기 하는 것 같아요(웃음).

서연지=그래도 부모님께서 믿어 주셨나 봐요. 지금 이렇게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신노열=우리 가족은 쿨합니다(웃음).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제가 연기를 무척 잘하거든요(웃음). 너의 결정이니 한번 믿어보자고 허락해 주셨고 그 길로 저는 서울로 올라왔죠.

서연지=놀 생각에 무척 행복했겠네요(웃음).

신노열=그렇죠. 프로게이머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제 목적은 노는 것이었거든요(웃음). 솔직히 원 없이 놀았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래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즐기면서 게임을 하니 커리지매치도 우승하고 아마추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는 등 나름 성과를 계속 거둔 상태였어요.

◆철든 신노열, 프로게이머를 꿈 꾸다

[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서연지=그렇다면 언제부터 제대로 프로게이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요.

신노열=어느 순간 아마추어 숙소에 있으면서 제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을 느꼈어요. 저절로 실력이 늘면서 형들이 이제 프로게이머 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해줬고요.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올라왔고 학교도 그만 뒀는데 이렇게 놀면서 세월을 보낼 수는 없더라고요. 부모님께도 죄송한 생각이 들었고요.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철이 들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서연지=생각보다 철이 일찍 들었네요.

신노열=원래부터 아주 개념이 없는 아이는 아니었거든요(웃음). 부모님께 전화 드릴 때마다 더 큰걸 이룬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고 아들이 TV에 나와 경기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는 형을 통해 위메이드 입단 테스트를 받았죠.

서연지=프로게이머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신노열=아마추어 숙소에서부터 실력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거죠. 정말 최악이었어요. 가서 주전들과 경기를 하는데 계속 지더라고요. 이대로 가다가는 출전은커녕 설거지만 하다 은퇴하겠구나 싶었어요.

서연지=그래도 감독님의 사랑은 듬뿍 받았잖아요(웃음).

신노열=아들이라 불렸죠(웃음). 제가 성실하게 연습하고 숙소 생활도 큰 문제 없이 잘 하는 모습이 감독님 눈에는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실력이 안 되는 데도 감독님께서 믿고 경험 쌓으라고 많이 내보내 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 믿음에 보답을 못했었죠. 그 점은 지금도 너무나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요.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들도 많잖아요. 그렇게 많은 기회를 받은 것에 대해 감사했어야 하는데 어렸을 때라 그러지 못했어요.

서연지=자꾸 지는데 나가라고 하니 스트레스도 상당했겠네요.

신노열=스트레스라기 보다는 누구보다도 스스로 실력을 잘 아는데 저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더 큰 선수가 되라는 의미로 저를 자주 내보내 주셨던 것 같은데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스타걸이 간다] 신노열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어요"

그래도 기회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 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실력은 안 되지만 그래도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연습에 임했죠.

서연지=그런데 계속 패가 쌓이다 보면 그런 마음도 잘 들지 않잖아요.

신노열=맞아요. 처음에는 오기로 도전했는데 계속 지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힘이 빠지더라고요. 기회를 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사라졌고 혼자 답답한 마음이 들어 나름 방황도 했죠. 물론 남들이 볼 때는 큰 변화 없이 살았을 것 같다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연지=감독님이 원망스럽지는 않았어요?

신노열=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지금도 저는 김양중 감독님께 감사 드려요.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김양중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른 인성을 길러 주신 것도 감독님이고요. 지금도 제일 존경하는 분인데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 드린다는 말 꼭 전하고 싶어요.

서연지=인터뷰라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고요(웃음)?

신노열=절대 아닙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에요(웃음).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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