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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김학수 "EG-TL 나비효과, 기대하세요"

[피플] 김학수 "EG-TL 나비효과, 기대하세요"
어떤 선수가 프로리그 무대에서 ‘복귀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한국e스포츠 협회(이하 협회) 소속이었다가 e스포츠 연맹(이하 연맹) 소속으로 신분이 바뀐 뒤 또다시 협회가 주관하는 프로리그에 참가해 ‘프로리그 복귀전’을 치른 김학수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협회와 블리자드가 지재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안 스타크래프트2(스타2)를 하겠다며 팀을 나간 선수 가운데 프로리그 무대로 돌아온 선수는 없었다. 보이지 않게 ‘괘씸죄’가 적용됐던 것인지 협회 소속 기업 팀들은 스타2로 전향한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해외 연합팀인 EG-TL이 프로리그 참가를 결정하면서 김학수는 최초로 프로리그 복귀전을 치르는 선수가 됐다.

천일만에 프로리그 무대에 다시 선 김학수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4라운드 들어서면서부터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EG-TL 팀의 중심에 있는 김학수. 그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다시 돌아오게 됐는지 속 사정 많은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자.

◆유일하게 남은 스파키즈 선수 김학수

얼마 전 신상문이 로스터에서 말소되고 소양교육에도 불참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김학수는 이제 스파키즈 소속 가운데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유일한 프로게이머가 됐다.

스파키즈 시절에 김학수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조연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저 얼굴이 조금 더 알려진 엑스트라 수준이었다. 청소하는 막내였고 프로리그에 자주 출전하지도 못했으며 형들이 출전해 승리할 때마다 하이파이브나 해주던 선수였을 뿐이다.

[피플] 김학수 "EG-TL 나비효과, 기대하세요"

◇프로리그 데뷔 전인 2008년 김학수

그리고 김학수가 조금씩 실력을 키워가며 주목 받을 즈음 스파키즈에는 좋지 않은 사건이 터졌다. 소속 선수들이 불법 베팅과 관련된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스파키즈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고 CJ 엔투스와 합병됐다.

"스파키즈가 없어지기 한달 전에 제가 팀을 나왔거든요. 그런데 시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나오게 된 계기는 스타크래프트2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당연히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면 프로리그가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준비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협회와 블리자드가 갈등모드에 들어가면서 스타크래프트2는 먼 이야기가 됐어요. 그래서 팀을 나왔던 거에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자신의 한계를 느꼈던 김학수는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 그리고 김학수는 e스포츠 초창기 시절 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선수들과 함께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했다.

◆선수들 배려 없는 그들만의 결정

이제는 김학수도 7년 차 베테랑 프로게이머다. 단순히 게임만 하면서 연봉만 받으면 되는 철없던 신인 시절의 김학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프로게이머였다.

스파키즈를 그만둔 뒤 해외팀에 입단해 제3자의 입장에서 한국 e스포츠를 바라본 김학수는 선수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윗사람들만의 의사 결정에 답답함을 느꼈다. 도대체 선수가 왜 대회출전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선수가 대회를 참가하는 것을 억지로 막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1%도 없는 상황에서 위에 있는 사람들끼리 도출해 낸 합의가 무슨 소용일까요? 제가 만약 협회 소속 선수였다면 불만이 엄청났을 것 같아요. 가끔 협회나 방송국, 블리자드에서 합의했다며 내놓는 안들을 살펴보면 선수 의견은 전혀 들어있지 않더라고요. 안타까워요."

프로리그 위상이 떨어진 것 역시 프로리그로 다시 돌아온 김학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예전 아마추어들에게는 프로리그는 누구나 서고 싶은 꿈의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 아마추어들은 더 이상 프로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프로가 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만큼 프로리그는 매력적이지 않은 무대다.

[피플] 김학수 "EG-TL 나비효과, 기대하세요"

◇프로리그 첫 승을 거둔 2009년 김학수

"프로리그가 예전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는 않고 선수들에게 해외 대회 출전도 막으면서 프로리그에만 몰두하도록 만드는 상황이 답답해요. 제가 협회 소속 선수였다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꼭두각시 같다는 생각을 받았을 것 같아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까 싶다니까요."

또한 자신이 그만두기 전 상황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e스포츠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업 팀이 가진 한계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인데다 선수들의 처우 또한 별다른 발전이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 말에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공감할 거에요. 기업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중간계층이 없어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1%의 선수들 아니면 대부분 한달 월급이 백 만원도 안 되죠. 중간계층이 많아야 프로게이머로 직업을 가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텐데 점점 연봉이나 처우 등이 극단적으로 변해가니 선수들이 연습하면서 지쳐가는 것 같아요."

◆조그마한 변화가 이뤄낸 기적

김학수는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 게임 이외에 그 어떤 것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열심히 게임만 하는 되는 상황이 처음이라고 한다. EG-TL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다. 4라운드 들어 EG-TL이 웅진, CJ 등을 연달아 잡아내며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박용운 감독님께서 부임하시면서 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선수들이 게임 이외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주셨고 선수들은 이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해요. 또한 선수들은 지금 자신들이 주인공이 돼 방영되는 한 편의 영화를 누구보다 열심히 찍고 있어요."

김학수는 지금까지 프로리그가 점점 재미를 잃어갔던 이유를 기적과 감동에서 찾았다. 누가 봐도 우승할 팀이 계속 우승하는 상황에서 팬들은 흥미를 잃어갔다. 예전 지원이 미비했던 한빛이나 KOR, MBC게임 히어로가 팀이 하나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우승 시나리오를 써가는 과정이 프로리그에서 감동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한국 e스포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김학수의 생각이었다.

[피플] 김학수 "EG-TL 나비효과, 기대하세요"


"프로리그에서 감동과 기적이 사라 진지 오래됐잖아요. 지원이 좋은 팀이 우승하는 너무나 당연한 스토리에 점점 팬들이 흥미를 잃어갔던 것 같아요. 이제 우리 팀이 써 내려갈 시나리오가 많은 것을 바꿀 겁니다. 그저 EG-TL은 한 마음으로 이기려고 했을 뿐인데 한국 e스포츠가 들썩이며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는 나비효과가 일어나는 거죠."

김학수는 지금의 EG-TL 상황이라면 이런 것도 가능할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가 이렇게도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현재 EG-TL 팀은 성적에 대한 압박 없이 그저 누군가에게 도전해 승리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남아 있는 유일한 팀이기 때문이다.

"항상 지원이 좋은 기업팀들과 상대하기 전 우리는 슬램덩크의 북산팀을 생각해요. 너무나 강력한 산왕팀을 맞은 북산팀이 기적을 이뤄내며 승리하던 그때의 그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자며 다들 서로를 격려하죠. 어떤 팀이 성적 압박 없이 이렇게 게임이 좋아서 열정을 다해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까요? EG-TL만이 가능한 이야기죠."

김학수가 말하는 EG-TL의 나비효과는 바로 e스포츠에 순수한 열정을 불어 넣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김학수의 말대로 한국 e스포츠가 그리고 프로리그가 다시 한번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세계 최고의 대회로 우뚝 서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EG-TL이 보여준 작은 기적에서 비롯될 거에요. 저희가 써 내려가는 감동적인 영화를 지켜봐 주실꺼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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