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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의 시선] 지금, 왜 e스포츠 교육을 말하는가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현장.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현장.
지난 해 'e스포츠 20년사'가 발간됐다.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 간에 승부를 겨루는 경기, 즉 e스포츠가 국내 게임과 IT 산업의 발전 속에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화려한 흔적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e스포츠의 태동기 국내 환경이 인상적이다. 1990년대 후반 해외에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인터넷 카페'가 생겼지만, 한국에선 'PC방'이 등장해 사용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고, PC방이라는 공간은 지금의 e스포츠 리그를 체계화 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프로 및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예선은 PC방에서 열리고 있어, PC방은 e스포츠인들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는 건전한 놀이 공간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 되면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종목 채택을 논의 중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는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대회의 규모와 조건을 갖추어 간다고 해석할 수 있고, 무엇보다 미래 스포츠 팬들이 e스포츠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e스포츠를 직관하면서 'e스포츠의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매체와 비교할 때 보수적인 방송 문화를 선호하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최근 인기 토크쇼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이상혁 선수를 게스트로 초대했고,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일명 아육대 프로그램도 e스포츠를 처음 도입했다. 이제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그 규모를 경쟁할 만큼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어디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로 성장했다.

e스포츠의 글로벌 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에선 교육계가 e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2016년 세계 명문대학으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I)에 설립된 e스포츠학과와 2018년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 주의 스태포드셔 공립대학에 생긴 e스포츠학과 혼스(Hons) 과정이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이미 게임, 스포츠, IT,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학제 간 융합을 시도한 학교들은 이미 e스포츠를 다양한 과목으로 만들어 교육 과정에 편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교육계 변화는 유럽, 남미, 중국,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 학과 학생들.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 학과 학생들.


국내 상황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일명 이스포츠법)을 제정했고,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e스포츠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지만, e스포츠를 교육으로 연결시키는 일엔 여전히 보수적이다. 아마추어 e스포츠 전국 대회 및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십년 넘게 열고 있는 유일한 국가임에도, 여전히 e스포츠가 교육적 가치가 있는지 반문하기 일쑤다. 안타깝게도 e스포츠에 대한 교육자들의 부정적 인식 혹은 오래된 편견이 아직은 극복하기 힘든 수준일 수 있다. 즉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하자 e스포츠와 게임 중독을 더욱 구별 짓기 싫어하는 세대의 영향이라 볼 수도 있다. 또는 기성 교육자들에게 e스포츠는 너무 새롭고 빠르며,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e스포츠는 시작부터 하나의 학문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의 성격은 강하지만, e스포츠'학'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게임, IT, 미디어, 문화 산업부터 사회학, 철학, 심리학, 경영학, 경제학, 정치학, 법학 그리고 교육학까지 다양한 학제간 융합이 이루어져야 완성될 수 있다. 결국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e스포츠 교육의 가치와 목표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도 하고 상호 학습의 기회를 가져야 양질의 e스포츠 교육이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학과개편지원사업을 위해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3D융합설계과, VR과, 드론학과 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이미 승인을 받은 e스포츠학과는 곧 서울에서 시작 될 예정이다. 대학과 대학원의 경우,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e스포츠 사설 아카데미에 비해 설립과 지원이 느리지만 실용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산업에 관심이 많은 Z세대들은 e스포츠학과의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e스포츠 진학 후 다양한 진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융복합적 사고와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e스포츠에서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정신, 즉 스포츠맨십을 먼저 배웠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유명 게이머를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과 기능을 끊임없이 연마할 뿐만 아니라, 미래 e스포츠라는 무대에서 다양한 전문가로 활약하기 위해 e스포츠가 흡수하고 확장할 수 있는 모든 학문을 배워 응용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e스포츠를 온전히 담아 낼 수 있는 좋은 그릇을 만들어줄 교육자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e스포츠 교육 현장엔 e스포츠 세대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e스포츠를 학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있는 교육자들과 그들의 용기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최은경의 시선] 지금, 왜 e스포츠 교육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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