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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e스포츠는 소위 말하는 남자들의 세계이기 때문에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습니다. 최초의 여성감독은 삼성전자 초대 감독인 김선아 감독이었죠. 김가을 감독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프로리그 기준으로 여성 사령탑 사상 첫 승을 거둔 감독은 김선아 감독이었습니다. 또한 최초 여성 캐스터, 최초 여성 프로게이머 등 최초라는 단어는 유독 여성들에게 많이 붙습니다.

또 다시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방송인이나 프로게이머가 아닌 프런트라 불리는 사무국에서 말이죠. e스포츠 최초의 여성 사무국장인 SK텔레콤 유은희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여성으로 부장까지 올라가는 일도 쉽지 않은데 그것도 남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스포츠단에서, 남성들이 득시글거리는 프로게임단의 사무국장을 맡게 되기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어려움을 다 뚫고 e스포츠 최초의 여성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유은희 부장. 그녀의 생존 전략이나 살아온 인생을 듣는 것은 e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들, 그리고 성별을 뛰어넘어 남성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끈질기게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닌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하던 그녀를 설득한 것은 멘토와 힐링이라는 단어였습니다. 관리하는 선수단 구성원이 모두 남자이고, 만나는 e스포츠 관계자 대부분 모두 남자, 심지어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대부분 남자인 상황에서 그녀가 가장 높은 자리인 사무국장으로 올라가기 까지 그녀가 살아왔던 삶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멘토 역할을 넘어 힐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과연 그녀의 삶에 뿌려진 마법가루는 무엇이었을까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사회초년생,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도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고등학생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인생 선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첫번째 마법가루 '여행'
그녀의 대학교 시절은 여행으로 시작해 여행으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동아리를 10개 넘게 들어 활발하게 활동하리라"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은 대부분 술을 마시는 것이었고 특별한 경험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일은 없었다고 하네요.

색다른 것을 찾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그녀가 대학생이었던 1990년대 초만해도 해외 여행은 참으로 꿈꾸기 어려웠습니다. 배낭 여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4~5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떻게든 해외 여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워낙 도전정신이 강했기에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해외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갔습니다.

[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이렇게 말하면 집에 돈이 많아 호화롭게 해외 여행만 다닌 것 같네요(웃음). 절대 아니에요. 딱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그런 해외여행을 했죠. 잠만 잘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했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등 지금 체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여행이에요(웃음). 비용은 거의 비행기 값만 들었던 것 같아요."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멋진 호텔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기 보다는 허름한 바에서 1달러짜리 맥주 마시는 것을 더 선호했죠.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로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냄새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다큐멘터리 PD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세상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언론고시를 준비해 메이저 방송사의 최종면접까지 갔는데 떨어졌어요. 아쉬움이 컸지만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시야를 넓히고 나니 꿈이 좌절되더라도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긍정적인 생각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1, 2학년을 술로만 보내는 학생들에게 그녀는 '사서 고생'하기를 권합니다. 해외 여행 역시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호화로운 해외 여행이 아닌 맨땅에 '헤딩'하는 여행말이죠. 그렇게 하나 둘 세상을 배워가게 되면 분명 나중에 깨닫는 것도 얻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꼭 여행이 아니라도 그녀처럼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수 있을 만큼 보람된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큰 도움이 되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요.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을 젊은 시절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번째 마법가루 '술'
기회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항상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죠. 유은희 사무국장에게도 SK텔레콤이라는 인생의 기회는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같이 따라간 친구가 얼떨결에 붙는 경우가 많잖아요(웃음). 제가 그랬어요. 친구가 SK텔레콤 채용 박람회에 데려갔고 저는 그냥 끌려갔어요. 6명 정도 갔는데 끌려간 저만 붙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졌죠(웃음)."

[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그렇게 끌려(?)갔던 SK텔레콤 채용박람회에서 그녀는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도 근무하고 있는 SK텔레콤이라는 회사를 만났습니다. 아마도 해외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얻은 상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영어 실력이 SK텔레콤에게는 준비된 인재로 보였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그녀는 갑작스러운 기회도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대기업에서 여성을 뽑는 비중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100명의 직원을 뽑으면 5명 정도가 여성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보수적이었고 여성이 성공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녀는 '술'이라는 마법의 가루를 만났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여성이 술을 마시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성이 술자리 막판까지 모두 따라다니는 일은 더욱 흔치 않았죠. 술자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고 그 자리에서 인맥이 형성되고 중요한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술자리에 여성들이 끼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중심에서 여성들이 멀어진 것도 사실이었고요.

유은희 부장은 예전부터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술이 세지는 않았지만 정신력이 강했던 그녀는 술자리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들의 세계에 적응했고 그녀에게 '제조상궁'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습니다.

"당시 팀장님이 저에게 폭탄주 제조가 끝내준다며 '제조상궁'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셨어요(웃음). 지금 들으면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회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술자리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을 희생하지 않고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것 같은데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속한 사회 문화에 적응하고 녹아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번째 마법가루 '사람'
그녀가 보수적이라는 한국 대기업에서 그것도 스포츠단에서 e스포츠 최초로 여성 사무국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을 우선순위로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삶에 뿌려진 마법가루 모두 사람이 바탕이었죠.

"해외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봤고 이를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었어요. 글로 본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으로 느꼈던 것들이 저를 움직였죠.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됐어요.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렵거든요."

유은희 사무국장은 술자리에 대해서도 무조건 술을 마시라는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사람을 쫓으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면 '술자리'가 되는 것이고 커피를 좋아한다면 '티타임'이 되는 것이겠죠.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습니다.

[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그 일을 얻으려 하지 말고 사람을 얻으려 한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리더라고요. 물론 일부러, 억지로 사람을 얻으려고만 행동해도 잘 풀리지 않아요. 가슴으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고 진심으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마저도 쉽지 않죠.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냄새나는 게임단 SK텔레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의 철학은 향후 SK텔레콤 T1에 무척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개인주의가 강한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선수들끼리 융합되는 모습은 별로 없었습니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이 강했고 사람보다는 성적과 결과가 더 중요한 팀이었죠.

유은희 사무국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처음 시도한 것이 선수들이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동료들과 여가생활을 함께 즐기면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대한 경험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최근 SK텔레콤 T1 게임단은 많이 변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 끈끈한 정이 생겼고 많은 추억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본 영화가 늘어가고 가본 곳이 늘어갈수록 그들은 서로에 대해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게임단이 바로 그녀가 꿈 꾸는 게임단의 모습입니다.

[HerStory] SK텔레콤 T1 유은희 사무국장 "사람 중심의 게임단 이끌고파"

"선수들이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무국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도 사람이 우선인 게임단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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